특종이라면 큰 특종이었다. 일본 언론사간의 경쟁은 워낙 치열해 정상회담에서 발표될 공동선언문이 하루 전에 유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공동선언문의 한 단어 ‘오와비(おわび)’에 이르면서 생각은 복잡해졌다.
‘오와비’란 우리가 그동안 ‘사죄’로 번역해 온 말이기는 하지만 ‘사과(謝過)’로도 번역할 수 있는 말. 한일 양국은 이번 김대통령의 방일을 통해 과거사문제를 처음으로 문서화하기 때문에 양측 실무자들이 7일 새벽까지도 그 해석을 놓고 절충을 계속했을 만큼 민감한 단어였다.
일본측은 ‘오와비’를 사죄로 번역할 경우 군대위안부문제 등 과거사를 ‘죄(罪)’로 규정하는 셈이 되고 그렇게 되면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어 문안에 ‘사죄’대신 ‘사과’라고 써달라고 요청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오와비’가 담긴 공동선언문이 김대통령의 방일 일정이 채 시작도 되기 전에 전문 보도됐으니 외교통상부 실무자들이 분통을 터뜨릴만 했다. 외교부는 일본 외무성에 항의까지 했다.
요미우리의 특종 경위는 알 수 없었으나 일각에서는 “일본측이 의도적으로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공동선언문을 미리 흘림으로써 일본의 과거사 반성에 불만을 품고 있는 계층을 충동질했을 것이라는 것.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왠지 개운치 않다.
김창혁<경제부>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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