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안전 불감증 항공사 징계

  • 입력 1998년 10월 10일 19시 11분


일간 신문들이 해마다 연말에 발표하는 국내외 10대 뉴스는 그 해 사건 사고 중 크고도 의미있는 것을 선정하기 때문에 한해를 정리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된다. 두고두고 교훈이 되기도 한다. 지난 10년간의 10대 뉴스를 보면 전쟁 테러 관련 뉴스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대형 항공사고도 4건이나 오를 만큼 빈번했다. 87년 인도양상에서의 대한항공기 공중폭발사고까지 합하면 2년에 한번꼴로 10대 뉴스가 된 셈이다.

▼터졌다 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항공사고의 특성을 고려할 때 최근 두달사이 7건의 사고를 낸 대한항공에 대해 정부가 항공면허 부분취소의 중징계조치를 내린 것은 온당한 행정처분인 것 같다. 국적기인 대한항공의 대외신인도 추락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한데도 국제선을 포함해 국내선의 상당부분을 감축운항토록 한 것은 안전불감증에 대한 일대 경고로 이해된다.

▼잇단 사고에 대해 단순고장이 대부분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정부의 사고조사보고서를 보면 승객들이 불안해서 탈 수 있겠나 하는 대목이 하나 둘이 아니다. 너트를 제대로 조이지 않아 오일이 샌 결과 엔진 유압계통에 이상이 생기는가 하면 부식된 랜딩기어 잠금장치 때문에 비상착륙과정에서 바퀴가 터진 사고는 누가 보아도 인재(人災)의 성격이 짙다.

▼대부분의 사고가 조종 정비 문제와 얽혀 있어 근무자세나 운영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는지 의심스럽다. 정부가 내린 사상 최초의 노선운항 감축 조치에 대해 대한항공측은 가혹하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는다면 좋은 약이 될 것이다.징계기간 중 철저한 자체점검과 각고의노력으로 ‘기본수칙도 잘 안지킨다’는 오명을 벗기 바란다. 항공사고가 10대 뉴스에 오르는 비극이 또 있어서는 안된다.

〈임연철 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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