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국내 쇠고기 우유값이 폭락하자 적정 규모의 사육마릿수 유지를 위한 젖소 송아지의 강제도태가 불가피했다. 한우 돼지 등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과감히 도태시킬 수밖에 없었다. 축산업과 낙농업 기반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아직 젖도 떼지 않은 어린 송아지의 목숨을 빼앗을 수 없지 않느냐는 여론이 일자 젖소 송아지 수매에 나섰다. 마리당 5만원대인 송아지를 10만원씩에 1만7천6백95마리를 사들였다. 수매과정에서만 17억여원의 예산을 썼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수매가 아니라 사육 관리였다. 분유와 약품값에도 못미치는 월 5만원의 사육비를 지원해주며 농가위탁사육을 시킨 결과 두달 남짓만에 절반 이상의 송아지가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다 끝내 병에 걸려 폐사했다. 이 과정에서도 수매 때 못지않은 재정이 낭비됐다. 애당초 축산농가에서 자율적으로 도태시키도록 하고 수십억원의 수매 사육비용을 직접 농가에 지원하는 것만 같지 못했다.
소값안정을 위해 젖소 송아지 도태가 불가피했다면 아예 그렇게 했어야 옳다. 생명에 대한 외경 때문에 수매했다면 충분한 사육비 보조 또는 무상증여 등을 통해 일정기간 사육한 다음 도축하거나 수출하는 방안 등을 세웠어야 했다.
농림부는 소값폭락 때의 송아지 수매가 지금의 소값안정을 가져왔다고 강변하려 들어서는 안된다. 당시 쇠고기 공급 과잉물량이 무려 큰소 50만마리분에 이르렀던 점을 감안하면 당장 식육으로 공급할 수도 없는 젖소 송아지 1만7천여마리의 수매로는 소값안정을 꾀하는 데 하등의 도움이 될 수 없었다. 결국 앞뒤 분간도 못하는 딱한 축산행정이 지금과 같은 한심한 결과를 불렀다.
농림부 하는 일이 마냥 이런 식이다.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이 그렇고 농특세사업이 그렇다. 만약 국가재정이 아닌 자기 주머니 돈이었다면 키울 수도 없는 어린 송아지를 시가보다 두배나 비싸게 사 그냥 기르는 시늉만하다 병들어 죽게 놔둘 것인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