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총무는 이른바 ‘세풍(稅風)’사건과 정치권 사정, ‘총풍(銃風)’사건 등으로 여야가 극한대립을 할 때도 대화를 외치며 당지도부를 설득해왔다.
이 때문에 그가 당내에서 겪은 고충은 적지 않았다. “죽기살기 전투가 벌어졌는데 엉뚱하게 대화를 주장하는 사람은 박총무뿐” “박총무가 대화를 지나치게 강조, 여권이 이를 약세로 보는 바람에 당의 입장만 더 어려워졌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는 대여(對與)협상에서도 어지간히 ‘뒤통수’를 맞았다.
지난달 15일 3당 총무회담에서 ‘세풍사건은 대선자금이 아닌 국세청 개입부분만 수사’ 등 몇가지 합의를 끌어냈다가 검찰의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 소환방침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2일에는 여야영수회담 건의 등 ‘3개항 합의’를 도출했으나 여권에서 이총재가 ‘세풍’사건에 대해 사과키로 했다고 하는 바람에 합의가 파기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는 그런 고비마다 ‘사산아를 낳은 산모의 심정’이라며 비통해 했지만 끝내 대화정국의 첫단추를 꿰게 만들었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