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 32/집단소송제]시안 8년째 낮잠

  • 입력 1998년 10월 13일 19시 12분


우리 정부가 집단소송법 시안을 마련한 것이 90년. 그 후 9년 가까이 정부가 소비자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됐다.그러나 업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 언제 도입될지 기약이 없다.

정부는 이달초 세계은행(IBRD)에서 20억달러를 빌리는 조건으로 내년중 주주집단소송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상장회사 주주 1명이 경영부실에 대한 소송을 내 승소하면 나머지 주주들도 자동적으로 이 판결을 적용받을 수 있는 것.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찬반논쟁을 정리한다.

▼반대〓업계에서는 “집단소송제는 기업 망하게 하는 제도”라고 외친다. 소송이 봇물을 이뤄 기업활동이 마비되는 것은 물론 패소한 기업은 막대한 배상금을 못이겨 문을 닫게된다는 우려다. LG그룹 법무실 관계자는 “집단소송제 도입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므로 준비는 하고있다”면서도 “지금은 이것 말고도 다른 시급한 사안들이 많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찬성〓시민단체들은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장기적으로는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반박한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신종원(辛鍾元)실장은 “집단소송은 기업이 완벽한 제품을 만들고 법을 지키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을 편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원순(朴元淳)변호사는 “집단소송을 통해 작은 권리를 찾아나가다 보면 삶의 질이 한단계 높아질 것”이라며 “주주집단소송제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입장〓경제여건과 법감정을 고려할 때 집단소송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어떤 피해자가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억지로 소송 당사자가 된 다른 피해자는 같은 사안에 대해 따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는 것.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주집단소송제도 이상으로 더 나가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