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브로캉트는 매주 일요일 공공주차장 같은 넓은 장소를 빌려 열리는데 인구 1백만명의 브뤼셀에만 30여개의 크고 작은 브로캉트가 열린다. 물건을 팔거나 사는 사람은 모두 그 지역 주민들로 제법 고가의 미술품이나 골동품에서부터 도저히 더는 쓰지 못할 것 같은 유리주사기,녹슨 의료용구,심지어 입던 속옷까지 팔고 산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매주 장소를 바꿔가며 브로캉트가 열리는데 현지민들의 생활을 피부로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므로 주말 아침마다 들르게 된다. 무명 화가가 그린 액자그림 하나에 4천원, 북한우표 1백장에 2천원, 멋진 청동 전기스탠드를 깎고 깎아서 5천원에 사다가 페인트 칠하고 광을 내 거실에 놓아두면 흐뭇하다. 처음 해외근무를 나온 직원들에게 브로캉트에서 흥정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도 무역관장의 역할 중 하나가 되었다. 브로캉트를 보고 나면 유럽 사람들은 한번 산 물건은 거의 쓰레기가 될 때까지 주인을 바꿔가며 쓰고 또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몇년전 한국에서는 새로 지은 아파트의 내부자재를 모조리 내다버리고 고급품으로 개조하는 것이 일부 계층에서 유행했던 기억이 난다. 이곳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런 부끄러운 과소비가 지금 한국의 경제위기를 가져온 한 원인이 아닐까.
이효수(KOTRA 브뤼셀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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