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강호성/마당에 연못만들고 형님-아우로지내

  • 입력 1998년 10월 13일 19시 23분


저녁에 벨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옆집에 사는 세정이 아빠다. 잉어를 잡았다며 할머니께 고아 드리란다.우리는 서울 목동에 있는 조그만 빌라에 살고 있다.이름은 빌라지만 연립이나 마찬가지.

이 빌라에는 모두 12가구가 살고 있다. 서민들이라 IMF의 영향이 더욱 크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우리 동네의 분위기는 작년보다 훨씬 좋아졌다. 일이 없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자 전부터 미뤄왔던 일들을 같이 하고 서로의 걱정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함께 지붕을 고치고 하수관 등 집 주위도 손질했다.

지난 여름에는 며칠 동안 땅을 파서 조그마한 연못을 만들었다. 빌라 이름을 본떠 ‘화신계곡’이라 이름지었다. 메기와 붕어 미꾸라지 등 토종물고기를 넣어 기르고 있다. 연못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회식할 기회를 자주 갖기도 했다. 회식이라야 집 안에서 먹던 음식을 밖으로 들고 나와같이먹는 정도지만.마주치는 시간이 많다보니 가끔씩 다투기도 하지만 그 이튿날에는 언제 그랬느냐는듯 형님 아우로 지낸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고 한다. 차츰 화신계곡에 앉아 어울릴 기회도 줄어들 것 같다. 하지만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다.

강호성(서울 양천구 목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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