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을 계기로 백두사업 자체의 기반을 뒤흔들 수도 있는 기종선정 과정에서의 비리의혹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합을 벌인 서너개의 기종 중 심사점수가 가장 낮은 기종이 선정됐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무기의 선택이 반드시 성능만을 평가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능과 함께 가격을 고려한 투자효용성이 국방경제 운용의 중요한 원칙이다. 그러나 뇌물수수가 있었다면 무기 선정을 위한 어떤 종합적인 판단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국방부는 감사원이 지적한 장비체계 규격서의 부실작성을 인정하면서 비리가 아니라 사전지식 부족 때문이었다고 변명했다. 그 많은 국민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에 전문성도 갖추지 않고 대들었다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까지 군사정보를 주한미군측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것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군 안팎에서 높았다. 군 작전통제권을 한미연합사로부터 국군지휘부인 합참으로 환수하는 데도 정보능력이 선결요건이다. 1천6백억여원 규모의 예산으로 첨단 전자장비를 갖추기 위한 백두사업은 그래서 시작됐다. 그런데 군당국이 규격서 하나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다니 말이 되는가.
백두사업에 대한 의혹은 금년 초 대통령직인수위가 전 정권이 96년 결정한 최대 규모의 방위력개선사업 자료들을 검토하면서 처음 제기됐다. 계약서상의 규격서가 당초 군이 요구한 성능에 미달한 수준으로 작성됐으며 이를 보완하려면 원래 예산규모의 절반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검은 돈이 오간 끝에 성능이 모자라는 기종이 선정됐을 소지도 없지 않다는 의혹이다. 결국 이것이 또 하나의 군부비리로 드러나고 숙정 회오리가 불어닥친다면 군을 위해서 대단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제기된 의혹이 규명되지 않고선 군의 명예와 도입될 장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길이 없다. 무기도입 과정의 로비와 자금 수수는 전에도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정치권 상층부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 상례였다. 비리개입 여부와 책임자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도 강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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