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단지에서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안내문이다.
7, 8년전만 해도 아파트에서 개는 눈칫밥을 먹으며 컸다. 오죽하면 성대수술까지 받았을까.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오히려 눈치주면 이상한 사람이될 정도다. 개 기르는 가구가 늘고 심정적 연대감이 생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대도시 아파트가구의 15% 가량이 개를 키운다는 게 개사료회사나 동물약품업계의 말.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서도 공동주택에서 애완동물은 거주권한을 갖지 못한다. 공동주택이란 주민, 즉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공동의 공간이기 때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모 아파트의 청소원 아줌마 말. 새벽에서 나와 보면 화단이나 계단, 복도에서 개의 오물이 발견되기 일쑤란다.
또 주부 신모씨(34)는 “요즘 사람들을 우습게 보는 왕자병 공주병 걸린 강아지들이 많아 가끔 아이들이 기겁을 하고 집에 뛰어 들어온다”고 말한다. 개 키우기를 반기지 않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더불어 살려면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
스위스의 공원에 가면 ‘로비독’이라고 쓰인 작은 통이 놓여있다. 산보중에 개가 실례하면 그것을 잘 치우라고 둔 작은 비닐백이다. 우리도 대부분 화장지를 들고 다니며 치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준비성없는 개주인 탓에 피해보는 이웃도 적지 않다.
아예 금지시킨 곳도 있다. 적발시 벌금 20만원을 물린다는 아파트도 있었다. 서울 강남의 몇몇 아파트는 월 5만원의 추가 관리비를 받으려다 항의를 받기도 했다.
건국대 축산대 동물병원의 수의사 최치봉(崔致奉·27)씨는 “오물처리비 등을 내면서 키운다면 주위의 저항도 수그러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아파트에서는 입주시 2백∼3백달러 정도의 보증금을 받아 두었다가 애완동물로 인한 피해 발생시 사용한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에서 10년째 개를 키워온 김모씨(40·여)는 “개를 혐오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잊지만 않는다면 별 마찰없이 키울 수 있다”며 개 키우는 사람의 ‘매너’를 강조했다. 그는 여러 마리의 개를 키워왔지만 이웃과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한국동물보호연구회 윤신근(尹信根·45)회장도 “기본 매너만 잘 지킨다면 아파트 이웃간에 얼굴 붉힐 일이 없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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