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러난 서울시 6급공무원의 치부(致富)사실은 우리의 공직비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6급 주사가 10년 넘게 서울시의 노른자위 자리를 지키면서 2백억원대의 재산을 키웠다는 이야기는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뿐만이 아니다. 일선 세무공무원들이 기업체나 개인에게 부과될 세금을 탕감해 주었다가 자체감사에서 적발돼 추가징수된 금액이 지난 20개월 동안 무려 6천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국감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더러 뇌물을 받고 세금을 깎아주는 세무공무원들의 ‘국고 도둑질’이 있음을 짐작케 해주는 자료다.
정부 산하기관 간부들이 섭외성 예산을 술집 등에서 마구 탕진하거나 개인용도로 지출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된 것도 극(極)에 달한 공직사회의 타락과 부패상을 보여준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공직사회의 이런 비리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들이다. 일부에서는 “그게 뭐 그렇게 놀랄 일이냐”는 비아냥섞인 소리까지 들린다.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공직비리가 드러난 현상보다 훨씬 넓고 깊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공직비리 척결없이는 경제회복도 어렵다는 대통령의 지적은 옳다. 오늘의 경제위기를 부른 큰 원인의 하나가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라는 지적도 옳다. 따라서 이제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철저히 뿌리뽑아야 한다. 정부의 공직비리 척결 의지도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한 것 같다.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부패방지대책추진협의회가 곧 정부의 총체적 부패방지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한다니 기대가 크다.
그러나 부정부패척결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과거의 예들이 말해준다. 우리는 그동안 사정당국의 공직자사정이 일회성 행사성으로 끝나곤 했던 것을 자주 보아왔다. 이번만은 그렇게 돼서는 안된다. 사정작업도 해야겠지만 공직사회 부정부패의 근원이 되는 불필요한 각종 규제를 과감히 푸는 것도 중요하다. 또 국민의 협조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정부가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제도와 의식개혁으로 사회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정부도 국민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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