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에 수확할 수 있는 사과에 탄저병이 번지면서 썩기 시작해 현재로서는 수확량이 예년의 3만5천7백t의 30%에도 못미칠 전망이다.
14일 오후 충남 예산군 오가면 박모씨(54)의 과수원.
떨어진 사과가 과수원 곳곳에 나 뒹글고 있었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사과도 힘겹게 매달려 있는 듯했다.
“밭에 떨어져 물컹대는 사과를 내다버리는 일도 이젠 지쳤슈.”
지난해만도 2천평 과수원에서 2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던 박씨는 “금년에는 비도 많이 와 어느때보다 정성을 기울였는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근처 신암면과 대흥면 삽교읍도 온통 썩은 사과로 뒤덮였다. 사과 한 톨 붙어있지 않은 사과나무는 물론 썩은 사과가 무덤처럼 쌓여 있는 광경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피해가 확산되자 1천7백여 과수농가들은 예산능금조합과 시중에서 구입한 살균 살충제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의 원성이 계속되자 능금조합측은 뒤늦게 K, J, D사의 살균제를 수거해 농업과학기술원에 성분검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능금조합 강신광(姜信光·47)자재과장은 “현재로선 장기간 강우로 인한 뿌리의 활력이 떨어져 양분 흡수기능이 낮아진 데다 농약이 빗물에 씻겼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원인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충남도나 조합이 영농지도를 제대로 했다면 이 정도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며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예산〓이기진기자〉doyoce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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