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협상 타결의미]韓美 통상전쟁 먹구름 걷혔다

  • 입력 1998년 10월 21일 06시 48분


한미 양국이 시한을 넘긴 끝에 자동차협상을 매듭짓고 정면 충돌을 피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 이후 태평양에 드리워졌던 통상전쟁의 암운(暗雲)이 1년여 만에 걷혔다.

자동차세 인하를 비롯한 이번 합의는 침체된 국내 자동차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통상부는 “자동차세 인하와 저당권 도입은 미국측의 요구가 없더라도 추진하려 했던 사안들”이라고 밝혔다. 한덕수(韓悳洙)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의 방향은 같은데 현실적인 한계를 절충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세 인하〓미국측 압력이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이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국내 소비자와 자동차업계는 △자동차세가 아파트 재산세보다 많게 나온다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가 크게 올랐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보유세제인 자동차세를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세는 중고차도 매년 새차와 같은 금액이 부과되는 실정. 미국이 문제삼은 부분은 배기량에 따라 7단계로 누진되는 자동차세 체계.

미국은 ‘자동차세제가 배기량이 큰 외제차를 차별한다’며 배기량에 관계 없이 자동차세를 하향 단일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 세수감소를 이유로 들어 전면 단일화 대신 2천㏄ 초과의 3단계를 하나로 통합해 7단계를 5단계로 줄이는 대안을 내놓아 타결됐다.

세금인하 시기는 내년부터. 예를 들어 배기량 3천㏄인 승용차를 가진 사람은 매년 93만원의 자동차세를 부담하지만 내년부터는 60만원만 내면 돼 세부담이 33만원 준다. 자동차세는 외제차를 포함해 중대형일수록 큰 폭으로 내려 수요증대에 도움을 줄 전망. 특히 특소세의 폐지 약속은 구입단계의 부담을 줄여준다.

▼승용차에 대한 저당권 도입〓자동차를 할부로 판매한 업체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수단이 된다. 자동차업계는 할부금융 사기에 골머리를 썩여왔다. 할부금융 사기는 대형 승용차를 할부로 구입한 뒤 이를 중고차시장에 팔아치우는 것. 미국은 자동차할부판매 업체의 채권 회수를 돕기 위해 실효성을 갖춘 저당권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93년 폐지한 승용차에 대한 저당권을 다시 시행키로 합의했다.

▼기타 쟁점들〓양국은 안전검사를 비롯한 형식승인과 소비자인식개선 등 다른 쟁점은 협상 초기에 이미 의견접근을 봤다. 정부는 이미 외국 제작사의 자체 안전기준 및 검사결과를 인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가 부품에 대해 형식승인을 하지 않는 대신 자동차회사가 책임지는 자가인증제도를 조기에 도입키로 했다. 또 외제차 구입을 이유로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외제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저해하는 조치는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관세는 그대로〓미국은 처음에는 현재 8%인 수입 승용차에 대한 관세를 자국 수준인 2.5%로 내릴 것을 요구했다. 한국측이 “현행 관세는 유럽연합(EU)의 10%에 비교해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이 아니므로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압력을 완화해 8월 2차협의 때부터는 4%까지는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번 4차협의에서는 다시 6%카드를 들고 나왔다.

정부는 그러나 “관세는 미국에 대해서만 쌍무적으로 내릴 수 없고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다자간협의체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지켰다. 국내 업계로서는 관세라는 보호막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백우진기자〉wo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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