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잔치를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결혼 전 어머니는 곧잘 “너희 아버지 환갑 때는 상을 크게 차릴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를 대비해 동네계도 부셨다.
아버지 환갑만 지나면 꽃방석에 앉게 된다는 말만 믿으신 어머니는 나름대로 노후생활을 그리곤 했다. 그때쯤이면 딸들은 시집을 갈테고 아들들은 학교를 졸업할테니 돈 걱정은 없을 것이라면서…. 어머니의 생각대로 잘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딸 셋이 시집가고 큰아들이 직장을 구하고 작은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 어머니께 병이 찾아왔다. 그 와중에 큰아들이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마음에 한까지 얻은 어머니는 아버지 환갑직전 돌아가셨다. 아버지 환갑잔치는 무산되고 쓸쓸함만이 남았다. 세월이 약이라고 아픈 기억이 희미해져 아버지 칠순잔치를 제대로 해드려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는데 칠순을 바라보던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가을바람이 더욱 스산하게 느껴지는 토요일 오후다.
이예숙(서울 은평구 진관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