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간송미술관에서는 1938년 지어진 보화각의 설립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11월1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우리 문화유물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이번에 전시되는 유물들은 입수할 때마다 간송의 문화재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일화가 얽혀 있는 작품들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한 마음까지 갖게 한다.
▼국보 중의 국보로 꼽히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이 대표적 사례다. 35년 가을 집 한채값이 1천원인 당시 일본인 골동상으로부터 2만원에 구입한 고려청자의 백미(白眉)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다른 일본인 골동상이 뒤늦게 이 청자의 가치를 알고 두배를 주겠다며 되팔 것을 간청했지만 간송은 문화재 수집사에 길이 남을 명언으로 거절했다.
▼“운학문매병보다 더 좋은 물건을 가져오고 이것은 본금(원시세)으로 가져가시지요. 저도 대가는 남만큼 치를 용의가 있습니다.” 간송의 우리 문화재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간송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일본에 가서나 볼 수 있을지 모를 1백여점의 명품을 대하며 새삼스레 우리 문화재에 대한 그의 고귀한 애호정신을 느끼게 된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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