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경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몸이 근질근질해서….”
▼ 현대 ▼
자체 청백전에서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김인호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한마디를 던졌다. 인천구장 1루쪽 더그아웃 한편에 현대그룹 계열사에서 보낸 ‘우승기원’ 귤 바나나 등 과일이 쌓여있는 가운데 김재박감독과 김시진투수코치는 투구기록표를 넘기며 투수들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여념이 없다. 마운드에 등장한 투수만 모두 8명.
연습경기에서 전준호와 박경완이 홈런을 터뜨리는 등 청백 양팀에서 안타가 17개가 터졌지만 김일권코치는 결코 만족한 표정이 아니다. 곧바로 불만을 털어놓는다. “무조건 큰 것 치려고 하지마. 사인 내준 대로 팀배팅을 해. 그게 안되면 끝장이야.”
김코치의 질책 때문인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김경기 박경완 등은 다시 배팅연습에 들어갔다.
연습경기가 끝난 뒤 김감독은 수훈상금 20만원씩이 든 봉투를 김홍집 전준호에게 전달하며 “지금처럼만 해라”고 격려했다.
〈인천〓전 창기자〉jeon@donga.com
▼ LG ▼
잠실구장 3루 더그아웃. 19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오른쪽 발목을 다친 손지환이 깁스를 한 채 서 있었다.
그는 “얼마나 뛰고 싶은 무대인데…”라며 연습중인 선배들을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대신 수비를 맡게 된 안상준이 “지환아, 네 몫까지 다할게”라며 어깨를 쓰다듬는다.
한편에서 천보성감독이 투수들을 불러모은다. “정규시즌 성적은 모두 잊어라. ‘정규시즌 현대전에서 내 방어율이 아주 좋았어’하는 식으로 절대 생각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는다.
김인식 수석코치의 지도로 시작된 수비훈련.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OB와 삼성을 연파해 들떠 있는 선수들에게 ‘기본’을 다시 되새긴다. 투수들의 1루 커버플레이, 내야수간의 병살플레이, 스퀴즈번트 대비….
김코치는 “우린 실전 감각이 살아 있으니 컨디션을 조절하며 기본을 충실히 다지면 된다”고 강조했다. LG선수들의 눈매에는 강한 집념이 서려 있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