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스크린쿼터」놓고 「시끌」…극장주측 『줄여달라』

  • 입력 1998년 10월 22일 19시 26분


○…지난 여름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스크린 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또다시 영화계의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스크린 쿼터’를 둘러싼 논란이 지난 번과 다른 점은 미국측의 폐지 압력에 한 목소리로 반대를 외쳤던 극장주들과 영화 제작자들이 이번에는 축소 여부를 놓고 맞서고 있다는 것.

○…서울시 극장협회는 지난주 문화관광부에 스크린 쿼터를 86일로 줄여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한국영화가 부족해 스크린 쿼터를 지키기 어려우니 올해는 86일로 줄이고 나머지 20일은 내년에 지키도록 해달라’는 것이 건의문의 골자.

한 극장 관계자는 “복합관인 우리 극장에서 스크린 쿼터를 지키려면 앞으로 한국영화 10편이 더 있어야 하는데 연말까지 나올 한국영화는 5편 정도에 불과하다”며 스크린 쿼터의 신축적인 운영을 주장했다.

○…이에 맞서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20일 스크린 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문화부에 제출했다.

협회에 따르면 18편의 한국영화가 제작된 올 상반기 극장의 한국영화 평균 상영일수는 42.9일. 22편이 제작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상영일수(43일)와 비슷하다. 이처럼 제작편수가 줄어도 작품의 관객동원력은 상승했기 때문에 제작편수 부족을 이유로 스크린 쿼터 축소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지만 정부는 법을 바꿔야만 가능한 스크린 쿼터 축소를 현재까지 검토하고 있지 않다. 극장측의 사정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내년초에 서울시 극장들이 무더기 영업정지를 맞는 사태가 빚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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