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끼리의 싸움에서 지면 그 밑에 아무리 용맹스러운 부하가 많더라도 순식간에 무너진다. 삼국지에서 수십만 군대가 한순간에 일패도지(一敗塗地)하는 것이 바로 그것.
23일부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현대 김재박감독(44)과 LG 천보성감독(45)은 이런 점에서 엄청난 중압감을 느낄 만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상대를 이길 수 있을까. 밤새워 작전을 궁리한 들 여기에 무슨 정답이 있을 리 없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리더마다 다른 지휘스타일이 그날의 팀분위기에 어떻게 먹혀 들어가느냐는 것.
김감독은 제갈공명 스타일. 끊임없는 작전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데 능란하다. 자연히 번트 도루 치고달리기 등 사인이 많이 나간다. 원래 재기가 넘치는 김감독은 ‘작전 있는 곳에 점수난다’는 속설을 믿고 있는 듯하다.
제갈공명도 아래 사람에게 맡기기보다는 작전의 세부사항까지 하나하나 손에 쥐어줬다. 마속을 믿고 맡겼다가 ‘가정전투’에서 패한 뒤로는 더욱 그랬다.
천감독은 조조 스타일. ‘꾀보’로 알려진 조조는 사실은 사람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 천하의 인재를 널리 불러모아 적재적소에 배치한 뒤엔 웬만큼 실수해도 모른 척했다. 천감독도 작전을 쓰기보다는 선수에게 맡긴다. 올 시즌 스퀴즈번트가 거의 없었다는 게 바로 그 좋은 예.
실책을 저질러도 잘 바꾸지 않는다. 이것은 LG에 유지현 이병규 김재현 등 ‘야구 9단’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천감독은 가끔 너무 기다리다가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스포츠는 세상살이의 축소판. 내가 만약 리더라면 어떤 스타일을 따를까. 이것이 못내 궁금하다.
김화성<체육부>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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