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조계종의 종권다툼

  • 입력 1998년 10월 25일 19시 51분


한동안 잠잠하던 불교 조계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폭력이 동반된 종권다툼이 재연될 조짐이다. 우선 송월주(宋月珠)현 총무원장의 재선에 반대하는 측에서 이유야 어떻든 폭력으로 총무원 청사를 한때나마 점거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고 역대 조계종 분규를 보아도 폭력으로는 해결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94년 당시 서의현(徐義玄)총무원장이 종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회에서 3기연임할 수 있도록 선출됐으나 폭력배동원 사실이 드러나 도중하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찰 경내에서 일어난 난투극을 보는 시민들의 불교에 대한 실망감과 그에 따른 무형의 손실은 헤아릴 수도 없이 크다.

▼공교롭게 이번 분쟁도 3선과 관련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총무원장은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는 종헌의 해석을 놓고 현 원장이 80년 비록 신군부에 의해 강제사퇴당하기는 했지만 6개월간 총무원장을 지냈으므로 다시 선출되면 3선이라는 게 반대파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원장측은 94년 개정된 종헌으로 80년 재임사실에 소급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종헌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종회나 종단 내부의 해당기구에 맡기면 그만이다. 각목이 난무하고 총무원 유리창이 깨지는 사태가 빚어지면 94년 사태에서 보듯이 말할 수 없는 손해가 불교계 자신에 돌아온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온 국민이 IMF체제 속에 고통받고 있는 때 종교의 할 일은 크고도 많다. 조계종의 갈등이 반야(般若)의 정신으로 슬기롭게 극복되길 바란다.

〈임연철 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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