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당시 서의현(徐義玄)총무원장이 종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회에서 3기연임할 수 있도록 선출됐으나 폭력배동원 사실이 드러나 도중하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찰 경내에서 일어난 난투극을 보는 시민들의 불교에 대한 실망감과 그에 따른 무형의 손실은 헤아릴 수도 없이 크다.
▼공교롭게 이번 분쟁도 3선과 관련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총무원장은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는 종헌의 해석을 놓고 현 원장이 80년 비록 신군부에 의해 강제사퇴당하기는 했지만 6개월간 총무원장을 지냈으므로 다시 선출되면 3선이라는 게 반대파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원장측은 94년 개정된 종헌으로 80년 재임사실에 소급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종헌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종회나 종단 내부의 해당기구에 맡기면 그만이다. 각목이 난무하고 총무원 유리창이 깨지는 사태가 빚어지면 94년 사태에서 보듯이 말할 수 없는 손해가 불교계 자신에 돌아온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온 국민이 IMF체제 속에 고통받고 있는 때 종교의 할 일은 크고도 많다. 조계종의 갈등이 반야(般若)의 정신으로 슬기롭게 극복되길 바란다.
〈임연철 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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