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효석/「밀레니엄 버그」 해결하려면

  • 입력 1998년 10월 28일 19시 13분


‘밀레니엄 버그(Millenium Bug)’로 불리는 컴퓨터의 2000년 연도표기 문제에 대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불안하게 느끼고 있고 이제 남아 있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아 이 문제에 대해 막바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 문제는 지하철에서의 전동차 충돌, 통신대란, 비행관제시스템의 불능으로 인한 사고 등 국가경제와 사회의 기본적인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심각한 사인임에 틀림없다.경제적인 파급효과에 있어서 일본의 고베(神戶)지진의 피해수준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기도 하고 세계적인 경제불황을 야기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경제학자도 있다.

▼우선순위 매겨 추진을

이 문제는 잘 대처하면 아주 단순한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하에 범정부 대책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분기별로 상세한 진도보고서를 만들어 의회와 대통령에 직접 보고하고 있다. 영국도 밀레니엄 버그 해결에 토니 블레어 총리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국제연합(U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미주지역의 개발은행들은 남미국가들의 밀레니엄 버그 해결을 위해 거액의 자금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전자상거래에 관한 국제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금년초부터 국무조정실과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범국가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해결을 추진하고 있으며 짧은 기간동안 많은 진전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초기에는 문제의 인식확산에 정책의 중점을 두었고 지금은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문제해결을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해 밀레니엄 버그 관련 법령의 제정을 서두르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문제의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고 대상이 되는 시스템을 찾아내는 일이 간단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없어 이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막바지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우선 순위를 매겨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밀레니엄 버그는 정보시스템은 물론 공장의 프로세서, 엘리베이터 등 컴퓨터 칩이 내장된 모든 전자장치가 해당되기 때문에 그 대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범위가 넓다.

따라서 충격적인 재앙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대상시스템을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모든 대상시스템을 모두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우선 순위가 높은 것부터 해결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의 경우에는 비교적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의 경우 아직도 문제가 심각하다. 중소기업의 문제는 경제전체의 문제로 확산된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정부가 이 부문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종 협회나 조합과 같은 단체를 활용하여 산업유형별로 해결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최근 외국으로부터 국내 제품과 기업의 밀레니엄 버그 해결에 관한 확인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제거래에서 요구하는 확인은 Y2K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프로세스가 적합한가를 심사하여 인증하는 것으로 이와 같은 인증을 외국에서 얻을 경우 우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1억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도 인증센터의 설립을 빠른 시일 안에 추진하고 중소기업에 대하여는 인증수수료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

▼인증센터 설립 서둘때

넷째,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비상계획을 준비하여야 한다. 실제 정보시스템은 내외부 조직과 연계되어 있어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종결되는 것이 아니다. 외부에서 넘어오는 데이터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외부조직에 의해 보게 될지도 모르는 피해에 대한 대처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다섯째, 지금부터라도 각 조직의 최고경영자에게 이 문제의 해결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자. 대부분의 기관에서 이 문제를 기술적인 문제로 인식하여 전산부서의 책임하에 추진되고 있어 해결에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부처의 경우에는 각부의 장관들이, 기업의 경우에는 사장이 직접 챙기는 방안만이 남아 있는 기간안에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밀레니엄 버그 문제는 정보지식사회에 살아나갈 우리의 안전의식과 지혜를 동시에 시험하고 있으며 그 시간은 한발 한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김효석(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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