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상근/군수비리와 「무한책임」

  • 입력 1998년 11월 12일 19시 15분


구 정권때의 잘못이 잇달아 ‘국민의 정부’ 국정감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무기구입때 바가지를 쓰거나 외국 군수업체와의 커미션 소송에서 패소하는 바람에 5천억원 이상의 국방예산이 날아갔다’ ‘UH60헬기 도입과정에서도 3천8백억∼4천6백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국감에서 드러난 이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방위사업실장 획득개발관 조달본부기획관리부장 등 국방부 고위간부들이 11일 잇따라 기자실을 찾아와 ‘과거 잘못’을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전 정권에서 있었던 일인데 마치 현 정부가 잘못한 것처럼 비치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한 개인의 관직 차원에서 그런 항변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연속적인 것이다. 국민은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특정 정권에 반대하더라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면서 정부를 믿고 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과거의 잘못이냐, 당대의 오류냐 하는 것은 국민입장에서는 의미가 없다.

이를테면 80년 신군부가 관련된 삼청교육대, 12·12, 5·18 피해자들에게 법원이 문민정부들어 명예회복 및 배상판결을 내리는 것도 국민에 대한 정부의 무한책임을 뜻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92년에 출범한 김영삼(金泳三)정부가 스스로를 군사정권과 차원이 다른 문민정부라며 유난히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상당수 실세 및 고위 공직자가 정책실패를 비롯해 각종 비리사건으로 사법심판대에 올랐다.

국방부 고위간부들은 구시대의 오판과 오류에 대해 ‘왜 하필 내가 옛날 일을 책임져야 하느냐’고 억울해 하기보다 공직의 무거운 책임을 먼저 새겨야 하지 않을까. ‘국민의 정부’는 어떤 오류나 문제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짐하는 계기로 삼으면서.

송상근<사회부>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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