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졸업 포기했지만 ▼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가능하면 많이 주라는 것이다. 고등학교는 기본이고 가능하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배움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나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창업하기 위해 대학졸업장을 포기했다. 그래도 나는 3년간 하버드대를 다녔다. 지금 나에게 그 시절은 언제든 되돌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틈날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누구든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확신이 없는 한 공부를 중단하거나 휴학을 해서는 안된다.
오하이오주에서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캐시 크리드랜드라는 교사가 내게 이런 편지를 보내왔다.
“빌게이츠는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았는데 MS사의 회장이 됐어요”라고 몇몇 학생들이 말한다는 것. 나의 성공담이 아이들에게 공부를 게을리하는 핑계가 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첨단산업 분야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엔지니어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 고등학교를 그만 두고 컴퓨터 업계에 진출해 거물급 인사가 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MS 초창기에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고등학생이 한 명 생각난다. 꽤 똑똑한 친구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학교를 그만 두고 취직하라고 부추겼다. 그렇지만 우리 회사는 절대로 어리석은 결정을 해서는 안된다고 그를 말렸다.
고등학교든 대학이든 일단 공부를 시작했으면 끝맺는 게 현명한 일이다. 취업을 위해서도 대학졸업장은 필요하다.
물론 대학이 유일한 배움터라고 말할 수는 없다. 도서관에서도 얼마든지 독학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곧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 학교공부 중단 말아야 ▼
학교에서는 독서만으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기회를 준다. 다른 학생들과 어울려 공부하고 질문도 하고 아이디어도 내놓으면서 자신의 잠재능력을 계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한때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료된 적이 있다. 그렇지만 다양한 학문의 세계를 경험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하라고 독려해준 나의 부모님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대학에서도 컴퓨터 강좌는 한 과목밖에 듣지 않았다. 대신 다양한 분야의 과목을 들으면서 교양을 쌓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컴퓨터에 빠져 헤어나지 못해 큰 일”이라는 편지를 보내온 부모도 있었다. 그 아이는 홈페이지 디자인만 A학점을 받고 나머지 과목의 성적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바람에 가족이 애를 태우고 있다.
아이들은 종종 한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고 한다. 예컨대 “그래, 나는 회계학에 소질이 있어”라고 마음을 먹고 나면 “너 무슨 책을 읽고 있니”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응, 이거 회계학 책이지”라고 대답하고 싶어한다.
일종의 자기암시다. 그런 태도를 취하면 마음도 편해지고 자긍심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더 넓은 세상에 눈뜰 기회를 놓친다면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든 외국어든 무용이든 특별히 소질이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한 우물을 파기 위해 다른 과목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은 정말 큰 실수가 될 수 있다. 학교야말로 수학 역사 과학 문학 예능 등 다양한 학문의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곳임을 알아야 한다.
▼ 사회성 익히는 시기로 ▼
열한살엔 미적분을 푸는 것보다 로빈슨크루소를 읽는 것이 논리에 도움이 된다. 고등학교 시절엔 특별한 관심분야를 찾기 위해 방황할 필요가 없다. 전공에 몰입하는 것은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미루면 된다.
청소년기에는 학문의 자양분을 골고루 받아들여 호기심을 채우고 친구들과 격론도 벌여가며 사회성을 익히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게 나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충고다.
〈정리〓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