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불편한 다리가 한결 부드럽게 움직였다. 남편도 기분이 좋았던지 나를 안고 거실 한바퀴를 돌고 출근했다. 그때만 해도 이런 기쁜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다리가 아프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부터였다. 처음에는 절뚝거리면서 10분 정도는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짧은 거리라도 몇번씩 주저앉아 쉬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나빠졌다.
밤마다 쏟아내는 신음소리에 화목하고 행복했던 집안의 분위기가 조금씩 사라졌다. 예전처럼 아내와 엄마로서의 자리에 충실하지 못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했다. 착하고 어진 양반, 짜증이라도 한번쯤 내볼만도 하건만…. 남편 손등에다 입술을 대고 미안한 마음을 전해본다.
나승희(서울 강서구 가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