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96년 3년간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는 동안 유심히 관찰하고 우리와 비교해보면서 그들의 법 집행 태도에 감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부정행위가 있을 경우 언젠가는 폭로된다’고 믿는다. 당장은 부정을 감출 수 있지만 담당자가 바뀌고 누군가가 재점검하면 발각돼 고발될 것으로 인식한다.
96년에 모든 건물내에서 흡연이 금지됐는데 한국계 현지법인에선 한국직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담배를 계속 피워대다가 수백만원의 벌과금을 물었다. 준법의식이 생활화된 현지인 직원이 위생당국에 고발했기 때문.
금연구역인 유람선에서 담배를 피우다 벌금을 물게된 외국인 관광객이 “벌금을 내겠다”며 담배를 또 꺼내물었던 일이 있었다. 그러자 ‘고쳐질 때까지 끝까지 처벌한다’며 벌과금을 우리돈 4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한 것이 싱가포르였다.
한번은 축구경기장 부근에 불법주차한 차량이 1천여대나 됐다. 주차요금은 냈지만 먼 주차장 대신 경기장 입구 주변에 마구 세워놓은 차들이었다. 통행에 큰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단속원은 모든 차량에 벌과금을 부과했다.
미국인 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의 차량훼손 사건은 신문에도 여러번 보도됐었다. 승용차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하거나 교통안내판을 훼손하다가 적발된 청소년들에게 선고된 것은 곤장 6대.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미국 대학생을 사면해달라”는 친서를 보내왔다. 싱가포르 사법당국은 “법 적용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그대로 밀고나갔다. 다만 클린턴대통령의 간청이 있었다는 이유로태형을4대로줄여줬다. 또 형평을 이유로 나머지 청소년에 대해서도 똑같이 감형했다. 외교적 손실을 감수해가면서 법을 지키려는 태도가 돋보였다.
백영수(은행감독원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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