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의 원인이 어디에 있고 어느 측에 잘못이 있는지를 따지는 것은 본란이 언급할 성질이 아니다. 불자(佛子)로서의 도리나 처신문제를 논하는 것도 공허하다. 우리가 주목하는 대목은 폭력사태의 내용과 그에 대한 형사책임 여부다. 총무원 건물을 놓고 양측간에 화염병 각목 쇠파이프 유리병이 난무하고 방화로 보이는 화재까지 발생했다.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분신자살 위협을 하는가 하면 바리케이드를 치우기 위해 불도저도 동원됐다. 그 과정에서 취재기자와 승려 신도 등 수십명이 다쳐 밤새 병원으로 실려갔다. 도심의 주요도로가 마비되기도 했다. 누가 봐도 도가 지나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폭력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법과 공권력의 개입을 자제해야 할 경계선을 훨씬 뛰어넘은 사례다. 마치 폭력행위 등 처벌법의 적용을 시험이라도 한 듯한 양상마저 띠고 있다. 집단적 상습적 또는 야간의 폭력행위나 흉기사용을 엄단하기 위해 만든 이 특별법의 적용요건들을 겹겹이 갖추고 있다. 종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보호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실정법 위반행위인 셈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관한 한 조계사 경내는 종교의 자유가 존중되는 성역이나 치외법권이 될 수 없게 됐다.
당국은 법대로 엄격하게 처리해 폭력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사태가 악화한 데는 눈앞에서 유혈 폭력이 난무하고 있는데도 수수방관한 경찰에도 큰 책임이 있다. 경찰이 개입을 자제한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결과가 두려워서였다면 너무도 안이하다. 경찰에게 어느 한쪽 편을 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찰까지 폭력을 본체만체한다면 이 나라 법질서는 어떻게 되는가.
폭력사태의 방치는 그 자체가 법이 금지하는 사회질서 문란행위를 부추기는 결과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공권력은 개입할 때와 개입하지 말아야 할 때를 잘 구분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번의 경우 경찰은 직무유기를 저지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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