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차수/한나라당 TK의원들의 구태

  • 입력 1998년 12월 1일 19시 25분


1일의 한나라당 신임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은 축제분위기가 아니라 긴장감 속에 치러졌다.

대구 경북(TK)출신 의원 22명이 전날 모임에서 TK의 기여도를 인정해주지 않는 한 당직수락을 유보하겠다고 결의했고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의 밤샘 설득에도 불구하고 TK출신 신임당직자 7명 중 4명이 수여식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총재단 인선과정에서의 홀대를 집단반발 이유로 내세웠다. TK맹주인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가 한나라당 발전과 이총재의 지지기반 확대에 결정적 기여를 했는데도 지도부 구성과정에서 이총재에게 배신당했다는 주장이다.

TK의원 모임에서는 “이총재와는 더이상 당을 같이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앞으로 대구 경북의 지원없이는 누구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등 과격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물론 당내 역학구도로 볼 때 여성몫인 박근혜(朴槿惠)부총재를 빼고 TK를 대표하는 부총재가 없는데 대해 이 지역 의원들이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반발이 한국정치의 고질인 지역감정을 볼모로 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지역정서를 배경으로 뭉치기만 하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TK의원들의 대체적인 생각인 듯 하다.

TK는 지난 30여년동안 지역감정에 편승해 집권세력으로 기득권을 누려왔다. 그러나 야당이 된 뒤에도 지역감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벌이는데 대해 당내에서도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TK의원들도 제발이 저린듯 전날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대구 경북의원 모임’이라는 것을 명기하지 않았다.

정치가 지역감정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는 언제쯤일까.

김차수<정치부>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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