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 영국을 방문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유럽통화동맹(EMU)가입에 적극성을 보인 토니 블레어 총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때만 해도 오스카 라퐁텐 독일 재무장관이 다우닝가(영국 총리관저)를 설득하는데 실패할 줄은 몰랐다.
세금징수경쟁을 없애기 위해 유럽연합(EU)이 공동재정정책을 펴도록 하자는 라퐁텐장관의 주장은 친유러파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EMU 가입) 거부를 거론하고 보수주의자들이 EMU가입 반대 깃발 아래 뭉치게 만들었다.
EU회원국들이 임금을 올리고 정부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라퐁텐의 주장은 영국인들에게 EMU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일깨워 주었다. EMU의 삼두마차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조세와 공공지출 삭감, 실업자를 줄이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을 피하고 있다. 그들은 세율과 공공지출 조정을 통해 단일 통화가 몰고 올 치열한 경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한다.
슈뢰더총리는 런던방문중 영독(英獨)이 EU의 공동개혁을 추진하자는 블레어총리의 구상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불과 일주일 후 내년 상반기에 독일이 EU의장국이 되면 정치동맹 추진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블레어의 ‘제3의 길’이나 슈뢰더의 ‘신(新) 중도’는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셈이다.EU내 동맹국을 찾겠다는 열의때문에 블레어는 슈뢰더의 서투른 포옹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유럽단일통화는 한번도 영국인들에게 기대를 안겨 준 적이 없었다.
〈정리·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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