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의 핵심은 내년 4월부터 연금가입자의 월 보험료를 50% 올리고 가입자가 노후에 받게 되는 급여수준을 평균소득액의 70%에서 60%로 낮추는 것이다. 가입자로서는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게 되는 것이다.
퇴직금전환금 폐지로 가입자가 나중에 퇴직금을 전액 지급받게 되므로 실질적으로는 부담이 줄어든다는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나 문제는 당장 매달 내는 보험료가 무려 50%나 오른다는 데 있다. 급여수준을 60%로 낮추는 것 역시 가입자에게는 중대한 계약조건 변화다. 과연 그 수준으로 가입자가 안정된 노후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현행 연금제도의 대폭적인 수술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현재대로 두면 2030년에는 기금이 바닥나게 돼 있다. 이는 당초 월 보험료에 비해 급여수준을 너무 높게 잡는 등 정부가 국민연금제도를 잘못 설계한 결과다. 국민에게 책임도 못질 분홍빛 꿈을 심어줬다가 이제 와서 계산착오 운운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할부계약으로 상품을 팔아놓고 도중에 할부금을 올리고 할부기간도 늘리자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방만한 기금운영도 큰 원인이다. 그동안 정부가 연금기금을 ‘주머니돈’처럼 저리(低利)로 빼내 쓰는 바람에 약 8천억원의 이자수입손실을 끼쳤고 국민연금관리공단도 투자실패로 엄청난 돈을 날리거나 손실을 봐 재정파탄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연금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전적으로 정부와 연금관리공단 책임이다. 그런데도 가입자인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가와 국민간의 계약이며 세대간의 약속이다. 이번 연금법개정은 정부가 국민과 맺었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연금법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렇다.
정부가 법개정에 앞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며 순서다. 연금제도를 잘못 설계하고 기금을 방만하게 관리해온 관련자들의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그래야 ‘배신’당한 국민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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