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수학선생님으로 일하다가 소개팅으로 지금의 남편과 만났어요. 그 때야 담배를 피우는 모습까지 멋져 보였죠. 하지만 92년말 결혼하기 직전 결혼조건으로 ‘금연’을 요구했어요.
딱 3개월 가더군요.결혼과 동시에 아기를 가졌기 때문에 아파트 안에서는 한동안 담배를 피우지 못했어요. 원용(5살)이가 크기 시작하니까 슬슬 아파트 복도나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더군요.
원용이한테 “아빠, 담배 피우면 빨리 죽어요”라고 말하도록 시켜도 봤지만 그 때 뿐이더라고요.
남편이 베란다에 나가면 문을 잠근 적도 있어요. 창문을 닫고 피우더라도 연기는 어떻게든 방으로 들어오거든요. 베란다에 내건 빨래에도 냄새가 배고요. 복도에서 피울 때는 아이를 시켜 문을 잠그게 했어요. 추위에 떨 때는 “담배를 끊겠다”고 하고도 절대 안끊더라고요. 요즘에는 애도 “문을 잠그면 아빠가 놀아주시지 않겠대”라며 문잠그기를 거부합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담배를 끊기 어렵다고 변명해요. 금연빌딩에도 흡연실은 있다면서 베란다를 흡연실로 내달라나요. 아무튼 담배 피우는 것 자체가 곱게 보이지 않는데 집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는 없어요.
임경옥<33·주부·서울 노원구 상계동>
▼남편 생각▼
담배를 많이 피우는 편은 아닙니다. 기껏해야 하루 대여섯 개비 정도지요. 결혼 후 담배를 다시 태우게 된 이유도 순전히 일 때문입니다. 상사와 철야업무를 하면서 ‘열 받아서’ 담배 없이는 견딜 수 없더군요.
그렇지만 아내의 임신 기간에는 아예 담배를 집에 가져가지 않았어요. 요즘에도 집에서 식후나 자기전에 한두대 피우는 정도입니다. 끊을 생각은 없어요.
지난해 겨울이었습니다. 아내 몰래 베란다에 나가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는데 아내가 문을 잠궈버린 겁니다. 장난인 줄 알았더니 다용도실 창문까지 잠궜더군요. 반바지 차림으로 30분을 떨고 났더니 “그래도 내가 가장인데”하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더군요. 추운 겨울 찬바람이 쌩쌩부는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문이 잠기면 정말 난감합니다. 추위 속에 “문좀 열어줘”라며 문을 두드리다가 사람이 지나갈 때 애써 태연한 척 하다보면 인생의 비애를 느낍니다.
처제네 집만해도 달라요. 베란다에 동서를 위한 의자와 재떨이가 마련돼 있습니다. 남자에게도 자기만의 공간은 필요한 겁니다. 거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최소한 베란다라도 흡연공간으로 개방해 줬으면 합니다.
유기봉<33·LG산전 뉴미디어파트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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