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車와 대우전자

  • 입력 1998년 12월 3일 19시 11분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그룹간 맞교환이 성사단계에 이른 것 같다. 이 맞교환이 이뤄진다면 우리 기업사에 큰 획을 긋는 기록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말로만 무성했던 빅딜의 성과가 최초로 나타나는 셈이자 정부의 기존 빅딜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줄 수도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삼성과 대우의 사업 맞교환은 기본적으로 자율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경쟁력이 약한 부문을 떼어내 서로 주고 받음으로써 양쪽의 경쟁력이 강해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 그것이 바로 빅딜의 목표다. 삼성이 명예롭게 자동차사업에서 철수할 명분이 생겼다느니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대우전자가 살 길을 찾았다느니 하는 것들은 본질을 벗어난 분석이다. 두 그룹의 대외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한단계 높은 차원에서 이번 빅딜은 평가되어야 한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이런 초대형 거래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선례가 될 수 있다.

국가산업 전체로 보아서도 두 그룹간의 빅딜은 성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당경쟁이 빚은 중복투자와 과잉설비 논란은 그동안 재벌들에 대한 비판의 핵심이었다. 삼성차가 대우로 가고 대우전자가 삼성에 흡수되면 불필요한 설비들이 상당부분 제거될 것이고 해당기업은 그만큼 몸이 가벼워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합병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여타 분야 빅딜과는 성격이 다르다. 안되는 기업들끼리 묶어 놓고 경영주체만 바꾸는 식의 빅딜정책은 성과가 의문시된다.

차제에 정부주도의 빅딜을 방법론적 차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벌의 구조조정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방법이 꼭 빅딜이어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반도체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공급과잉이라고 하지만 장래전망도 고려해야 한다. 설령 반도체 생산이 세계적 과잉이라 해도 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경쟁력 있는 우리 업체들이 정리돼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업계의 목소리에도 겸허하게 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 어떤 종류의 빅딜이든 훗날 손익에 악영향을 줄 경우 소액주주나 외국투자가들이 제기할 법적 문제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모든 빅딜은 화합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뒤탈이 적다.

그런 점에서 보더라도 삼성차와 대우전자의 경우는 성사되는 것이 좋다. 정부는 두 그룹간의 빅딜이 성공적으로 완결될 수 있도록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정책적 지원을 펴는 것이 옳다.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는 이번 경우가 재벌구조조정의 첫단추 끼우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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