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아직도 ‘새댁’이라고 불리는 조국의 아내는 그날의 신부에게 뒤질세라 화사한 핑크색 투피스 차림이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신부의 드레스가 촌스럽다며 연신 도리질을 했다. 승주의 아내인 김 간호사는 주로 두환을 트집잡았다. 가마가 두 개인지 아닌지 두환의 뒤꼭지를 꼭 보고 싶다는 거였다. 아마 승주의 가마가 한 개라는 데 자신감을 갖고 하는 말 같았다. 운총은 별 말이 없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흉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의뭉한 눈을 이리저리로 굴리고 있으리라는 걸 나는 잘 알았다.
여자 셋은 이 결혼이 단단히 불만인 듯했다. 남편들이 모두 소희에게 첫사랑을 바쳤다는 것을 알 턱이 없는 그들은, 죽은 사람만 불쌍하지 뭐, 하며 소희를 동정하기도 했다. 그러더니만 신랑 신부가 가까이 와서 인사를 하자 셋은 활짝 웃으며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었다. 축하해요오!
두환은 공항에 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추억의 4인방과 함께 보내고자 했다. 가까운 과천 대공원으로 행선지가 잡혔다. 색동 테이프와 풍선을 매단 흰색 승용차가 기다리고 있다가 두환과 신부를 태우고는 미끈하게 출발했다.그 뒤를 세 가족을 우겨넣은 조국의 코란도가 뒤따랐다. 조국의 아내는 어머, 이 차도 쓸 때가 있네, 사람 참 많이 들어간다, 라고 차 주인 행세를 은근히 했지만 그 차는 조국의 것이 아니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조국이 그의 물건들과 직위를 대신 활용하는 것뿐이었다.
가는 동안에도 여자들은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 셋이야말로 처음 보는 사람들처럼 서먹했다. 우리는 떠들 기분이 아니었다. 80평이 넘는 지하 호프집 가득히 술꾼들 떠드는 소리는 그렇지 않은데 마누라와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신이 산란했다. 게다가 어린 신부에게 새장가를 들어서 처가 덕에 외국생활을 하러 떠나는 우정어린 친구 두환의 승용차를, 남의 차를 빌려타고 뒤따라가는 마당에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대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우선 체조대형 아닌 사진대형을 만들어 조국 앞에 섰다. 조국은 사진작가라 과연 달랐다. 아이들도 쉽게 찍는 소형 자동카메라인데도 파인더에 한쪽 눈을 붙이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신중하게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를 향해 부동자세를 취한 채 승주와 나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필름이나 들어 있는 거냐? 빼주기는 하는 거냐?
사진대형이 풀리자마자 두환은 양복 저고리를 벗어 신부에게 입혀주었다. 그는 마치 그 방면의 초보자처럼 굴었다. 결혼이 행복하다고 정말 믿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는 아이들에게도 행복을 약간 나눠주겠다고 결심했는지 그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너희들 이름이 뭐냐? 봉학이하고 병해? 그럼 너는? 장곤이? 얘는 아직 말을 못하지, 제수씨! 이름이 뭡니까, 아, 서림이요? 그런 다음 엄마들이 극구 만류하는 가운데 아이들에게 만 원권을 한 장씩 주었다. 담배처럼 둘째와 셋째 손가락 사이에 지폐를 끼우고 척 내미는 품이 라스베가스에서 팁 주는 연습인 것 같았다.
<글: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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