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안 미룰 수 없다

  • 입력 1998년 12월 6일 19시 21분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긴지 닷새째다. 경제청문회가 예정대로 시작될지도 불투명해졌다. 새삼스럽지만 국회가 예산안을 12월2일까지 의결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규정이다. 청문회를 내일부터 연다는 것은 여야총재회담의 합의다. 법을 만드는 기관이자 정치의 본산인 국회가 헌법을 가볍게 여기고 정치적 합의를 지키지 않는대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여야는 오늘중에 예산안을 의결하고 청문회 준비도 마쳐 내일부터는 청문회에 일단 착수해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총풍수사―예산안 빅딜설(說)’이 불거지는 바람에 예산안 협상이 막판에 꼬였다고 한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혀 없었던 일로 됐지만 빅딜설은 처음부터 가당찮은 소동이었다. 국기(國基)에 관계되는 총풍사건과 새해 나라살림의 계획인 예산안을 어떻게 흥정할 수 있는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무엇과도 연계하지 말고 예산안은 예산안대로 처리해야 옳다. 만약 예산안 처리가 또 늦어진다면 연계설이 살아 있다는 의심을 살지도 모른다는 점을 여야는 유념하기 바란다.

여야는 예산안의 상당부분을 타결했으나 특히 제2건국위 운영비 20억원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도리가 없다. 다시 한번 절충해 보고 안되면 찬반토론을 거쳐 표결에 부치는 수밖에 없다. 찬반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뒤에 찬성한 쪽은 책임을 지고 반대한 쪽은 비판과 감시를 계속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합의처리는 좋지만 어느 한 쪽이 반대한다고 아무 것도 진척시키지 못한다면 의회주의에 맞지 않는다. 예산안 처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본란이 지적했듯이 경제청문회는 연내에 끝내는 것이 좋다. 내년에는 일찍부터 실직자 문제가 다시 어려워지고 정치권을 향한 여론도 가파르게 흐를 공산이 있다. 청문회를 내년까지 끌고 가면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여야의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과거의 잘못을 규명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해를 넘기는 것은 곤란하다. 새해에는 정부도 여야도 국민도 경제회복에 본격적으로 매달리면서 새로운 세기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문회가 늦어지니 내년초까지 계속하자는 국민회의 일각의 의견에는 찬동하기 어렵다. 청문회가 길어져 정부여당에 유리하리라고 생각한다면 현실을 바로보지 못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법원칙에 맞지 않는 여야동수(同數) 특위구성에 집착해 청문회를 늦추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시작이 늦어지면 끝도 늦어질 것 아닌가. 청문회를 연내에 끝내려면 내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자면 청문회 기본준비를 오늘중에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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