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은 여러 각도에서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포괄적으로는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의 대북 포용정책에서부터 구체적으로는 해당 부대의 사병 통솔과 기율, 군 전체의 정신무장에 이르기까지 점검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당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들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문책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국방장관의 거동과 거취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장관은 군의 최고 지휘책임자다. 군의 영광과 오욕을 최종적으로 대신해야 한다. 그것이 국방장관의 권능이자 임무다. 이를 해당 부대에 미루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 장관이 책임지지 않는 일을 부대에 강요할 수는 없다. 군은 언제나 책임과 명예를 먹고 사는 집단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군의 기강을 근본에서부터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터지고 있는 지금 우리의 국방장관은 몸을 던져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동해안 잠수정 침투사건, 서해안 간첩선사건, 미사일 오발사고에 이어 이번의 충격적 사건이 터져 나왔다. 최근 10여일 사이에도 각 군부대에서 10여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해 여러 명이 죽고 다쳤다. 일찍이 이런 일이 없었다. 군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물론 국방장관으로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장관이 ‘직접책임자’가 아니라는 청와대측의 변론도 할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건 사고가 날 때마다 장관을 갈아 치우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식으로 책임을 호도하고 있을 단계는 지났다. 지난 정권 때 일어난 일이라고 하지만 축소 은폐의혹을 받는 대목은 현정권이 들어선 뒤다. 장관의 위신이 무너졌고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사건의 엄정한 조사를 위해서도 은폐의혹라인의 최상급자는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옳다. 나는 몰랐노라고 변명할 일도 아니다.
국방장관 자신이 미사일사고가 난 뒤에 “또 사고가 일어나면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야당도 국방장관 해임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더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명예롭지 못하기는 군이나 국민이나 같다. 군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국민의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 더 이상 결단을 미루는 것은 정부 자체에 부담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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