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법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현재도 근로계약관계가 단속적으로 유지되는 항운 선원 건설일용노조 등 초기업 단위노조는 그 특성상 실직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갖도록 하고 있다. 법개정으로 이를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또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 대부분은 실업여부에관계없이노조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서도 한국만이 유일하게 이를 제한하고 있어 그동안 여러차례 시정권고를 받았다.
그것만이 아니다. 노사정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정부 신뢰성에 흠집이 나게 되고 노동계에 대정부 투쟁 빌미를 주게 된다. 실직자들이 실업자동맹 등의 노동자 단체를 결성하게 되면 오히려 산업평화가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크다.
그러나 실직자 노조가입 허용 문제는 그것이 비록 지역 업종별 노조로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실직자 노조가입이 법적으로 가능한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헌법 제33조 1항은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단결권 단체교섭권 행동권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법은 근로자의 개념을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존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근로향상과 관계없는 단결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설령 ILO가 권고하는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을 보장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과연 산업평화와 국민경제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며 당사자들에게는 어떤 실익이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실직자의 노조가입 허용으로 직업적인 노동운동가가 노조활동을 주도할 경우 사회불안을 야기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 목적이 처음부터 노동운동에 투신하자는 것이라면 자칫 초강경화 행동화를 수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잖아도 우리의 노동시장 여건은 아직도 외국 투자가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건실한 노사문화도 정착되어 있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하의 경제난도 극복된 것이 아니다. 실직자 노조가입 허용은 아직은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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