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9단 이은경(26·한국토지공사)의 눈빛은 태국의 이글거리는 태양보다 더 뜨겁다.
90년 베이징, 94년 히로시마대회에 이어 이번 방콕대회까지 아시아경기 3회 연속출전. 대표선수 가운데 남자팀의 오교문(인천제철)과 나이는 동갑이지만 대표팀 경력은 한수위. 8년만에 전종목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선수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바로 그다.
이은경은 첫 출전한 베이징대회 개인전에서 1위 이장미에 단 한점차로 뒤져 은메달을 땄으며 단체전에선 이장미 김수녕과 함께 우승했다.
4년뒤 히로시마대회에서 그는 개인전 금메달의 숙원을 풀었다. 동료인 임정아와 개인전 결승에서 동점을 기록한 뒤 슈트오프에서 한점차로 누른 것.
이때가 전 종목 우승의 절호의 기회. 그러나 방심의 허를 찔린 탓일까. 남자는 개인 단체전을 휩쓸었지만 여자부는 단체전에서 대만에 22점차로 져 3위로 밀려났다.
이은경은 이 4년전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김진호 김수녕을 이어 한국여자양궁의 부동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해온 이은경은 자신의 방심때문에 세계최강인 한국여자단체가 히로시마대회에서 졌다고 자책해왔다.
“이번 대회는 마지막 출전하는 아시아경기가 될 것같습니다.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에 더 주의를 기울일 작정입니다. 개인전은 나 말고도 후배들이 우승할 수 있지만 단체전은 한명이라도 삐끗하면 끝장이니까요.”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이 전종목 우승의 감격에 젖은 것은 베이징대회 한번뿐. 홈에서 열린 86서울대회때도 한국은 남자개인 금메달을 빼앗겼었다. 이번 대회에서 전종목을 석권하면 8년만에 다시 ‘신화’를 만들어내는 셈.
여주여종고 재학시절 막내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이제 대표팀의 최고참. 그의 성숙한 슈팅을 기대해보자.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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