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중심가에서 고색창연한 외관을 자랑하는 케이블 앤 와이어리스(C&W)본사 건물. 외관과 달리 초현대식 시설을 갖춘 사무실에서 이 회사 홍보이사 피터 유스테이시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회사의 별명을 말해줬다.
C&W는 영국 제2위 통신서비스업체. 창립한지 올해로 1백30년째를 맞은 오래된 회사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유럽에서 가장 먼저 제공한 ‘실력’과 매년 매출증가 두자릿수의 ‘지칠줄 모르는’성장세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가 이처럼 ‘잘 나가는’비결은 무엇일까.
피터 비버 글로벌네트워크 담당 수석 엔지니어는 “바로 아웃소싱이죠. 최고로 잘 할 자신이 없는 서비스는 직접 제공하기를 포기하고 외부에서 가져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W는 9월초 주요 외신의 머릿기사를 장식한 대규모 아웃소싱 계약을 성사시켰다. 멀티미디어통신서비스 전문 자회사인 C&W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최고의 기술을 가진 IBM으로부터 10년동안 30억달러어치의 IT서비스를 제공받기로 한 것.
“현재 사내 전산실이 관리하는 컴퓨터만 해도 7백50밉스(초당 7억5천만 명령어처리)의 메인프레임과 7.4테라바이트(74조바이트)의 데이터, 3백70대의 중형서버, 1만5천6백대의 데스크톱PC가 있습니다.”
여기에 컴퓨터를 이용한 고속 멀티미디어 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기업고객이 매년 수십만. 자체인력으로 이를 효율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는 계산이 나온다.
C&W의 아웃소싱 방식은 이렇다. 신규가입자가 생기면 C&W 직원이 나가 사무실까지 네트워크를 연결해주고 IBM 직원들은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를 제대로 설치해 준다. 문제가 생겨도 마찬가지로 역할을 분담한다.
이번 계약에 따라 C&W는 1천명의 전산실 직원을 IBM으로 재배치하고 IBM은 4백명을 추가로 신규채용해 C&W의 IT시설구축과 고객서비스를 지원하게 된다. IT분야는 앞으로 소수정예만 남겨 중요 정책결정이나 IBM과의 연락창구 역할을 맡길 계획.
비버 수석엔지니어는 “아웃소싱은 조직의 군살을 빼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지만 간과할 수 없는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고 강조한다.
스티브 로맨 네트워크운영부장은 “IT분야는 모든 기업에서 점점 핵심기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만큼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전문기업에게 맡겨야 된다”고 설명.
그동안 내부에서 축적한 수준급의 정보기술(IT)이 있지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업이 있다면 이를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 디지털TV 인터넷 등 새로운 서비스를 개척할 때도 전문기업의 노하우를 신속하게 빌려 쓸 수 있고 산업의 성격상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뒤처져 고객을 놓치는 위험부담도 줄어든다. 그러나 아웃소싱이 있으면 반드시 반대 개념인 인소싱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
로맨 네트워크운영부장은 “대부분의 기업이 내부기밀이 사외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해 아웃소싱을 꺼리지만 아웃소싱을 제대로 하면 이같은 염려는 필요없다”면서 “그대신 통신망관리 시스템보안 분야를 더 강화해 주특기인 통신분야의 전문성을 제고시킬 수 있게 됐다”고 설명.
C&W는 아웃소싱 계약을 맺은 지 2개월만인 11월 ‘유럽판 정보고속도로’구축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차원에서 몇 년동안 진행했지만 성사시키기 힘들었던 일을 C&W 단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또 한번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기서도 역시 아웃소싱이 동원된다.
“앞으로 5년간 10억달러를 투입해 유럽 13개국 40여개 도시를 연결하는 광대역 음성·데이터 종합통신망을 구축해 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C&W의 계획.
기존의 통신망을 더욱 확충하고 여기에 다른 통신사업자들의 광케이블망을 빌려 연결해 대규모 통신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
비버 수석엔지니어는 “광케이블을 빌렸다고 해서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인프라라도 이것을 어떻게 구성해서 어떤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노하우”라고 말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현재 영국과 프랑스로 한정돼 있는 C&W의 고속 서비스 지역은 유럽 전역으로 확대된다.
〈런던〓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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