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적자부서 별명지어주면 경영실적 「껑충」

  • 입력 1998년 12월 16일 19시 08분


구자홍(具滋洪)LG전자 부회장에게 요즘 닉네임을 지어달라는 사내 사업부(OBU)의 요청이 몰려들고 있다. 구부회장이 닉네임을 부여하면 1,2년내에 경영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는 소문이 사내에 퍼져 있기 때문.

구부회장이 ‘작명(作名)’을 시작한 것은 93년. 에어컨 시장의 부진으로 일반 직원까지 직접 판매에 나서는 등 비지땀을 흘리던 공조기사업부를 구부회장이 격려차 방문한 자리에서 ‘여름 사나이들’이란 닉네임을 붙여 주었던 것. 닉네임 덕분이었을까. 공조기사업부는 이듬해인 94년부터 바로 흑자로 돌아섰다.

96년 우리나라 전자산업 사상 처음으로 냉장고 리콜제를 실시하면서 어려움을 겪던 냉기사업부는 구부회장으로부터 ‘불사조 군단’이라는 닉네임을 부여받고 다음해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조리기기사업부의 경우 96년 ‘볼케이노’라는 닉네임을 받은 후 전자레인지의 내수 시장에서 매출이 급신장하고 수출이 늘면서 흑자로 전환됐다는 것.

더욱이 사업부 중심으로 경영 성과에 책임을 묻겠다는 경영 방침이 최근 발표되면서 이름 청탁(?)도 경합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과수(브라질의 폭포 이름)’라는 닉네임을 최근 부여받은 세탁기사업부는 “이제 우리에게도 볕들 날이 왔다”며 사기가 충천해 있다고. LG측은 “최고 경영자의 관심과 애정이 닉네임으로 표현되면서 해당 사업부에 용기와 도전의식을 심어주고 의욕을 북돋워 주는 것 같다”고 분석.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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