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돋이]제대로 볼 확률 30%…여명부터 즐겨야

  • 입력 1998년 12월 16일 19시 08분


《마지막 신정연휴.

2000년부턴 새해의 둘째날을 직장에 내줘야 할 판이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해돋이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박2일로 또는 1박2일로. 동해 남해 서해에서, 그리고 한라산 지리산 등지에서 모두 볼 수 있는 해돋이지만 꽤많은 사람들이 동해안에 몰린다. 갓 떠오른 ‘싱싱한’ 해를 가장 먼저 눈안에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연말연시 가 볼만한 해돋이 명소를 소개한다.》

‘불쑥’.

해돋이를 쳐다보면 천상 이렇게 내뱉는다. 그만큼 순식간이고 그래서 아주 조금은 허망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안다. 해가 ‘납시기’ 위해선 제 한몸 살라 해무(海霧)며 운무(雲霧)를 지천으로 붉게 물들이며 어지간히 뜸을 들인다는 사실을. 기다림에서부터 환호와 안타까움까지가 깃들인 5분 남짓. 이것을 위해 떠나는 게 해돋이 여행이다.

해돋이여행은 ‘도박’처럼 확률과 운에 기댄다. 요즘들어 구름과 안개 등에 가려지지 않은 ‘잘생긴’ 일출을 목격할 확률은 대략 30%내외. 그래서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에는 ‘3대(代)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까지 붙어다닌다. 요즘처럼 대기가 비교적 안정된 겨울철에는 여름같이 수시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시야를 방해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다.

해돋이 구경의 묘미는 △해가 떠오르기 전 발그스름하게 하늘이 물들 때 모습 △일출 직후 해 밑부분이 수평선(지평선)과 ‘찐득찐득’하게 맞닿아 오메가 형태를 만드는 모습 △바람이 불 때마다 가리웠던 구름이 잠깐잠깐씩 비껴나며 드러나는 해의 모습 등을 흘려보내지 않는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망원렌즈 없이 자동카메라에 해오름을 담아 보겠다는 생각은 갖지 않는 게 오히려 편하다. 해돋이 감상도 제대로 못하고 좋은 사진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돋이를 배경으로 사람을 촬영한다면 플래쉬를 터뜨려야 한다.

해맞이는 ‘무조건 서두르는’게 좋다. 예정 일출시각보다 최소 30분 먼저 도착하는 게 좋다. 좋은 자리를 확보할 뿐 아니라 일출을 여명(黎明)부터 ‘풀코스’로 즐길 수 있기 때문.

이 땅의 해돋이에 있어 거짓말 같은 사실 하나는 ‘해가 서쪽에서도 뜬다’는 것. 짐승의 꼬리처럼 길게 서해로 돌아나간 ‘땅끝’, 충남 당진군 석문면의 왜목마을은 그 동쪽에 바다를 끼고 있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구경할 수 있는 서해안의 유일한 장소다.

“동해의 일출은 망망대해에서 솟아올라 장엄하고, 남해의 것은 다도(多島)사이로 피어올라 순결한데 비해 붉으면서도 눈부시지 않는 서해의 해돋이는 뭔가 내밀한 느낌을 준다”고 여행작가 유연태(柳然太)씨는 적었다.

수평선의 해돋이는 감질날 정도로 꾸물거리다가 한순간 ‘훽’올라오는 한편 땅 위 해돋이는 ‘쑥쑥’ 잘 올라오는 것 같다가도 붉은 잔영이 산끝에 걸려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독특한 멋이 있다.

〈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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