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권없는 교실

  • 입력 1998년 12월 16일 19시 08분


스승의 권위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제자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학부모에게 뺨을 맞더니 이번에는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며칠사이 학교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일들이다. 그러잖아도 올해는 교사들에게 불미스러운 사건이 유난히 많았다. 초등학생들의 담임교체 요구, 불법 고액과외 연루 등 사건이 꼬리를 물 때마다 교사들은 참담한 심정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가뜩이나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교사들에게 이번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마지막 남은 체면과 자존심마저 앗아가기에 충분하다.

14일 서울의 한 여고에서 벌어진 교사연행 사건은 더 이상 추락할 여지가 없는 교권의 현주소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학생들은 교사가 체벌을 가하자 112에 휴대전화로 신고했으며 출동한 경찰은 교무실에서 수업 준비중이던 해당 교사를 곧 바로 연행해갔다. 먼저 마구잡이로 교사를 끌고간 경찰의 처사는 명백한 교권침해다. 교육공무원법에는 교사들이 현행범이 아닌 이상 학교 내에서 체포되지 않도록 하는 교원의 ‘불체포 특권’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학생들의 대응도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체벌이 부당했다면 나중에 교내에서 문제를 삼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지 바로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정서에 전혀 맞지 않는 일이다. 문제는 이처럼 누가 보아도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이 실제로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스승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위기라면 과연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 점에서 교권 추락은 교사들 자신의 책임이 일정 부분 있는 게 사실이다.

교권을 존중해주는 일이 반드시 교사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학교교육을 이끌어가는 일선 교사들이 권위 자체를 위협받을 때 수준높은 교육은 기대할 수 없다. 교육개혁도 이런 상황이라면 비관적일 뿐이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피해는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교권 추락은 우리 모두의 문제인 셈이다.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학부모와 교육당국도 반성의 자세를 함께 가다듬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금은 교권의 위기다. ‘고개 숙인’ 교사들을 나무라기보다는 따뜻한 격려의 말을 해줄 시점인 것이다. 교사에게 그 지위에 걸맞은 사회적 대우를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교사의 비리나 자질 부족은 그 다음에 따질 문제다. 교육당국은 교원사회에 경쟁논리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방안도 같이 강구해야 한다. 교사들도 부단하게 자기혁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사회적인 존경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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