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찾아온 시련을 어머니 또한 이겨내기 힘드셨는지 고혈압과 허리디스크가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달에 몇백만원씩 나오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가 없었기에 아버지 어머니는 그저 서울 서대문보건소에서 약을 받아 드시며 하루하루 보냈다. 그렇게 한달두달 대책없이 시간은 흘러갔다.이제 아버지는 당신만의 세상에서 영원히 나오지 못하고 여생을 그렇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흘렀다. 집안 분위기도 썰렁하다 못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처럼 불안했다. 그런데 어느날 서대문보건소 박향자 간호사님이 집으로 찾아오셨다. 박간호사님은 아버지의 당뇨와 정신과 치료를 위해 약을 주고 병원도 알선해 주셨다. 그뒤 일주일에 한번은 우리 집을 찾아와 아버지 치아도 무료로 치료해주시고 우리 가족을 위로해 주셨다. 서대문보건소의 도움으로 불교방송으로부터 성금을 받아 병원치료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집에도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한미해(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