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인간 복제’에 대한 공포와 전율은 1년여 전에 무성생식으로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복제양 때의 충격에 비하면 많이 누그러진 감이 없지 않다. 절대 해서는 안되고 할 필요도 없는 연구라는 처음의 분위기와 달리 ‘인간 복제’연구가 가져다 줄 이런저런 의학적 경제적 효용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다양한 생명개입기술에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 『학문적 호기심』 충격 ▼
그 어떤 과학실용주의의 담론에도 불구하고 ‘인간 복제’실험이나 인공자궁실험이 지금까지 우리가 받들고 있는 인간 존엄의 가치나 민주주의 가족 자율 등의 사고와 양립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신문지상을 통해 듣기로는 이번 불임클리닉의 의료진은 불임극복을 위한 치료목적을 떠나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에서 그야말로 ‘인간 복제’ 가능성을 위한 기술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즉각 이 실험에 반대하면서 생명윤리에 대한 국가정책 수립과 법적 규제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라 할 것이다. 이번 실험을 계기로 우리는 프랑켄슈타인이니, 히틀러 복제니 하는 이야기로 흥분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과학기술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사회성원으로서 합의를 바탕으로 생명과학기술연구의 자유의 한계와 연구공동체의 책임을 점검하면서 생명윤리에 관한 합리적 국가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과학자나 의학자의 학문연구는 인간정신의 자유로운 추구, 의학적 경제적 이익, 그리고 인류복지를 가져다 주는 활력의 한 원천으로서 마땅히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과학기술의 활용에서 오는 위험이나 오용 가능성은 사회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서 규제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과학기술연구의 자유는 그 어느 자유보다도 강력한 보호를 받는 것은 틀림없으나 절대적 자유는 아니다. 오늘날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첨단 유전공학 기술 의학기술은 그 연구성과가 인간의 생명, 건강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히 예측되지 않는 가운데 곧바로 광범위한 적용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측면 때문에 통상의 연구의 자유에 대한 규제보다 더 강한 규제를 받는다. 그 규제는 이제 연구자집단의 자주적 윤리강령이나 강제력없는 가이드라인에만 의존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게 되었다. 연구소에서 나온 성과가 곧장 산업화되고 상업주의와 결탁하게 되는 분위기에서 이제 연구자들은 과거처럼 연구성과를 서로 자유로이 교환하고 일찍 발표하지도 않는다. 즉 동료들과의 토론을 통해 잠재적 위험성을 제때에 인식하여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좁혀져 있는 것이다.
최근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된 ‘유전공학 육성법 개정안’은 지금까지의 육성 진흥위주의 기술정책을 반성하고 안전성과 윤리성문제를 염두에 둔 규제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긍정적이다. 육성정책에 가려 규제의 독립성이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연구목적의 인간배아사용을 무차별적으로 금지하는 입법은 연구의 자유나 출산의 자유, 프라이버시의 자유를 침해할 위헌의 소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치료목적의 인간배아실험은 인정된다고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치료 목적에 연결되지 않을 개연성이 더 큰, 그러면서도 암퇴치 등 치료술의 잠재적 발전에 기여할지 모를 이른바 기초연구와 관련하여 그 연구 대상이나 범위, 기준이 빨리 법규화되어야 할 것이다.
▼ 연구관련 법제화 시급 ▼
배아연구에 대해 허용은 하되 국가차원의 연구지원을 하지는 않는다는 미국식의 정책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정부차원의 지원이 없어도 사기업에서 혹은 외국에서 이 연구가 추진될 것이므로 차리리 국가지원으로 연구가 윤리적 과학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행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덜 위험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출산의 권리나 프라이버시의 권리를 이유로 배아복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출산권은 인간존엄의 핵인 인간의 유일가치 개성가치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보호되어야 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출산권은 개인의 유일성을 훼손시킬 배세포나 체세포복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보호받도록 배려되어야 할 것이다. 설령 그 방법이 불임자에게 건강과 재산상의 불이익을 감수케 한다 할지라도.
박은정(이화여대·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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