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월맹 지도자 호치민 묘소에 참배했다. 김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때 불행한 과거가 있었던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사죄했다. 일본천황이 우리에게 했던 발언과 닮았다. 그러나 트란 둑 루옹 베트남 국가 주석은 “미래 지향적 우호 협력을 통해 과거를 매듭짓자”고 말했다. 한일(韓日)과거사와 한월(韓越)과거사가 같지는 않으나 베트남의 대한(對韓)태도는 우리의 대일(對日)자세와 대비된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로 베트남에 파병했다. 국군 31만명을 보내 5천명이 전사했고 2만명이 부상했다. 베트남의 피해는 훨씬 컸다. 모두 국군이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3백만명이 죽었고 2백만명이 다쳤다. 국토는 폐허가 됐다. 아버지의 사랑을 모르는 라이따이한(한국인 2세)도 1만명을 넘는다. 그래도 우리는 베트남 특수(特需)를 얻었다.
▼국군이 싸웠던 월맹 지도자의 묘소에 참배하고 그 때 일을 사과한 데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제야 김대통령이 처음으로 그런 일을 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사죄는 오히려 미흡했다고 본다. 국민의 관심도 낮다. 우리는 피해자라는 생각에 너무 익숙해 가해자라는 생각은 별로 않고 있다.
이낙연<논설위원〉naky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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