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로운 산과 들에 ‘늦수박 씨앗’처럼 버려져 있는 시간(時間), 또는 그 시간의 잔설(殘雪). 올해의 마지막 달력이 저렇듯 옹송그리며 떨고 있는데, 겨울은 여전히 낯설다. 가을의 국화향이 아직도 옆구리를 찌르는 듯한데, 순금으로 빛나는 가을 추억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가. 겨울은 어쩌면 더욱 고독해지기 위한, 더욱 가벼워지기 위한 계절의 출가(出家)일지도. ‘가을의 완성(完成)’을 위한….
바람결이 한결 누그러졌다. 맑은 뒤 흐림. 아침 영하2도∼9도, 낮 10∼18도.
‘…저무는 숲 푸른 어둠을 딛고/하늘로 올라가는 별들이 있다/상수리나무에서는 상수리별이/자작나무에서는 자작별이 올라가/어떤 별은 삶처럼 빛나고/또 어떤 별은 죽음처럼 반짝인다…’(이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