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IISS 전략문제논평]팔 보안군 조련나선 CIA

  • 입력 1998년 12월 18일 19시 11분


《 동아일보는 국제정세와 전략문제에 관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의 독점계약으로 IISS의 간행물 전략문제논평(Strategic Comments)중 ‘팔레스타인당국과 미국 중앙정보국’을 요약 소개한다.》

10월23일 미국 와이밀스에서 맺어진 중동평화협정은 93년 오슬로협정 이후 두 가지가 진전되었음을 확인해주었다. 그 중 하나는 마드리드협정이나 유엔 결의안에 의해 진행되던 ‘땅과 평화의 교환원칙’을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한 ‘평화원칙’으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와이밀스협정 체결이후 이스라엘군의 요르단강 서안 철수 등 모든 진행과정은 팔레스타인 당국이 이스라엘의 필수적 안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는가에 달려있다. 두번째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실제적인 안보 조치를 마련하려는 미국의 입장에 다가섰다는 것이다. 오슬로협정은 더 이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관한 것이 아니라 미국―팔레스타인―이스라엘을 잇는 삼자관계에 관한 것으로 바뀌었다. 미국―팔레스타인 안보위원회는 모든 종류의 안전 문제를 다루고 ‘테러리즘과 싸우는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힘을 부여받게 됐다.

와이밀스협정에 따라 미 중앙정보국(CIA)이 협정의 이행과정과 테러 행동을 감시하고 팔레스타인 보안군의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발을 들여놓았다. CIA는 가자와 라말라에 작지만 탄탄한 지역 본부를 차렸고 팔레스타인 영토에 팔레스타인예방보안군(PSS)과 밀접하게 연락하면서 활동하는 수십개의 지부를 배치했다. CIA의 개입은 팔레스타인에 대단한 기회가 되지만 아라파트와 팔레스타인 그리고 미국에 무척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와이밀스협정은 팔레스타인 내부는 물론 아랍 국가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아라파트는 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자신의 통치 기반인 경찰과 정보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세력은 심하게 분열돼 있을 뿐만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따라서 CIA는 적대적인 아랍국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이질적인 팔레스타인의 단체, 팔레스타인의 지도자 그리고 이스라엘이 각각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이용하려는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CIA가 이 지역에 개입하게 된 것은 97년 4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인 하르 호마에 유태인 정착촌을 건설키로 하자 아라파트가 이스라엘과의 모든 안보 협력을 연기하면서 비롯됐다. 아라파트는 같은 해 10월 미국의 압력에 따라 협상 재개와 무조건적 안보 협력에 동의했다. 아라파트는 그 대가로 CIA의 개입과 협조를 요구해 미국을 중동평화의 당사국으로 끌어들였다. 아라파트가 CIA를 오슬로협정의 조정자이자 보증인으로 내세운 것이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CIA의 역할은 커질 것이다. CIA는 벌써 팔레스타인 경찰을 훈련하고 중동 지역의 이슬람단체들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CIA는 자칫하면 팔레스타인 내부의 정치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CIA의 활동이 성공하려면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보안군 지도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랍국가의 적대감과 이스라엘의 비협조로 인해 이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리〓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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