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도-김학봉 여궁사 『세계 최고』 ▼
◇세계신기록 수립
‘무대는 아시아이지만 기록은 세계최고.’ 한국은 역도와 양궁에서 잇따라 세계신기록을 수립해 아시아경기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김학봉(충북도청)은 역도 남자69㎏급 용상에서 한국역도 사상 첫 세계신기록인 1백95㎏을 번쩍 들었다. 93년 결혼한 아내에게 면사포도 씌워주지 못한 그는 이번 금메달을 아내에게 바치겠다고 말했다. 또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또 한번 ‘세계’를 들겠단다.
예상대로 남녀 전종목을 석권하며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한 한국양궁은 여자 단체전에서 이은경(한국토지공사)과 김조순(홍성군청) 이미정(한국체대)이 4백94점을 쏘아 한국이 보유하고 있던 종전 세계기록을 1점 경신. 양궁의 세계신기록 행진은 한국궁사의 손안에 있소이다.
▼투90년이후 독점… 『아시아는 좁다』
◇남자마라톤 대회 3연패
역시 한국은 마라톤 강국.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제패한 손기정옹의 정신을 이어받은 탓일까. 90년 베이징대회 김원탁, 94년 히로시마대회 황영조에 이어 방콕대회에서 이봉주가 우승함으로써 아시아경기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남자마라톤은 이번 대회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지막 종목이어서 더욱 기분 좋은 금메달.
58년 도쿄대회 이창훈과 82년 뉴델리대회 김양곤을 포함하면 모두 11번의 레이스에서 통산 5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한국선수단. 다음 대회가 부산에서 열리니 4연패는 떼어 논 당상이다. 벌써 두차례나 올림픽을 석권한 한국마라톤이기에 아시아 무대는 좁기만 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세계기록 경신에 도전하는 이봉주의 다음 레이스를 지켜보자.
▼ 투아 완벽조화로 사상 첫 금쾌거 ▼
◇야구드림팀 우승
“메이저리거인 박찬호까지 나왔는데 우승 못하면 어떡하지.”
“우리도 약점은 많아. 병역 미필자로 이뤄진 대표팀은 진정한 의미의 드림팀은 아니잖아. 오히려 대만이 진짜 드림팀이지.”
“스타의식이 강한 박찬호와 박재홍이 과연 팀내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한국 야구대표팀이 이 모든 걱정을 말끔히 씻어내고 아시아경기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 포함 6전 전승으로 우승한 한국은 일본과의 결승전에선 13대1, 7회 콜드게임승을 거두는 괴력을 뽐냈다. 박용오 신임총재를 맞이한 한국야구위원회와 정몽윤회장이 이끄는 대한야구협회는 야구드림팀의 우승으로 내년 시즌에는 땅에 떨어진 야구의 인기를 만회할 수 있으리라는 장미빛 꿈에 부풀어 있다.
▼ 박재홍등 영장 받고도 면제 혜택 ▼
◇병역특례 금메달
야구대표팀이 우승하자 박찬호의 매니저 스티브 김이나 서재응이 소속한 뉴욕 메츠 구단 직원들이 더 좋아했던 이유는 병역 특례 때문.
전원이 군 미필자로 구성됐던 야구대표팀은 이번 우승으로 입대하지 않고 계속 운동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이익.
특히 테니스의 윤용일과 야구대표팀의 박재홍 심재학은 입대 영장을 받아놓은 상태에서 특례를 받게 됨에 따라 기쁨 두배.
반면 남자핸드볼의 백원철(한국체대) 최현호(성균관대) 등은 병역특례를 받고도 졸업후 갈만한 실업팀이 없어 상무팀 입단을 고려하고 있어 대조적. 상무소속으로 출전한 선수들은 금메달을 땄다고 바로 제대하는게 아니라 한계급 특진만 할 뿐 복무기간은 모두 채워야 한다.
▼ 「父子 검객」 동일종목 사상 처음 ▼
◇부자 금메달리스트 탄생
한국스포츠 사상 첫 아시아경기 동일종목 ‘부자(父子)금메달리스트’. 아버지는 78년대회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김국현씨(51·대한펜싱협회 심판이사)이며 아들은 이번 대회 사브르 단체전에서 우승한 김두홍(25·동양시멘트).
펜싱 국가대표를 지낸 부모로부터 ‘검객의 피’를 이어받은 김두홍은 결승에서 중국팀 에이스를 잇따라 격파하며 45대44로 짜릿한 역전승을 엮어냈다. 그는 37대40으로 뒤진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에 출전한 뒤집기의 주역.
국제대회 사브르 단체전에서 중국을 꺾기는 이번이 처음. 아버지 김씨는 심판위원장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 아들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방콕 펜싱경기장에서 부자의 뜨거운 포옹. 길이길이 잊지못할 장면이다.
▼ 양궁·볼링 『메달 싹쓸이 죄』
◇동메달 양보유감
‘한 국가가 동일 종목의 금 은 동메달을 모두 차지할 수 없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이 엉뚱한 규정은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의 화합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동메달을 내준 선수단은 이 규정에 거세게 항의했고 시상식도 거부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각 종목 아시아연맹별로 해석이 엇갈린 이 규정은 이번 대회기간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올림픽에 이런 규정이 없는 것은 전세계의 평화를 기원하지 않기 때문인가.
아무튼 한국은 양궁 남녀단체전과 볼링 여자개인전 동메달을 빼앗겼고 골프에서는 여자개인전 4위를 차지한 장정(유성여고)이 찜찜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적과는 별도로 ‘열매’가 배분된다면 누가 뼈를 깎는 훈련으로 최선을 다할 것인가.
▼ 2년간 공백딛고 금빛 레이스 ▼
◇이진일 화려한 재기
2년간 자격정지, 부상과 팀해체 그리고 슬럼프….
95년 국제육상연맹이 실시한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선수로선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자격정지를 당했던 이진일. 소속팀 대동은행에서도 퇴출된 그는 갈곳이 없었다.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좀 뛸 만하니까 부상과 기나긴 슬럼프에 빠져 “이제 한물 간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러기에 그의 남자 8백m 우승은 ‘감동의 드라마’. 94년 히로시마대회에 이어 대회 2연패. 가장 먼저 결승선을 뛰어들며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었던 이진일. 그는 이 몸짓 하나로 쓰라렸던 3년간의 시련을 훌훌 털어냈다. 한국선수단이 그의 금메달을 이번 대회에서 딴 65개의 금메달중 가장 값진 금메달로 선정할 만하다.
▼ 비인기종목 설움딛고 무더기 金
◇요트와 럭비의 깜짝쇼
‘웬일이니.’ 당초 금메달 2개를 예상했던 요트에서 6개의 무더기 금메달이 쏟아졌고 럭비는 7인제와 15인제를 석권해 한국의 종합 2위 달성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요트의 무더기 금은 일본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종합 2위 달성이 가물가물하던 13일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어서 더욱 값졌다.
등록 선수만 수천명을 헤아리는 일본에 비해 3백50명밖에 되지않는 한국요트. 6천여개의 럭비팀이 있는 일본을 실업팀이 4개밖에 되지 않는 한국럭비가 꺾은 것은 배달민족의 개가.
특히 요트 남녀 옵티미스트급 금메달리스트인 채봉진(변산서중)과 김숙경(홍익여고)은 15세의 새별로 노련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따낸 금메달이어서 더욱 빛을 발했다.
▼ 홈텃세에 자만심겹쳐 「망신살」 ▼
◇축구와 복싱 참패
“모두 내 탓이오.” 태국의 홈텃세보다는 실력 부족을 절감해야 했던 게 남자축구와 복싱.
축구 8강전. 태국 선수 2명이 퇴장당해 11대9의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연장전에서 30m짜리 중거리슛 한방에 무너진 한국축구. 당초 태국의 거친 파울과 심판의 편파 판정을 우려했지만 주심은 태국 선수 두명을 퇴장시켜 공정했다는 평. 결국 9명밖에 되지 않는 상대에게 진 것은 순전히 실력 부족.
또 아시아경기출전사상 처음 ‘노 골드’에 그친 복싱도 마찬가지. 86년 서울대회에서 전체급을 석권했던 한국으로선 창피한 성적. 금메달 후보였던 신은철이 준결승에서 홈텃세에 밀려 탈락했다지만 이보다는 복싱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관심 부족 등 모든 게 ‘내탓’.
◇북한 8년만에 아시아경기 참가
8년의 공백때문인지 3백여명의 선수단이 출전한 북한은 종합 8위(금7 은14 동12)에 그쳤다. 90베이징대회 성적은 종합 4위(금12 은31 동39).
96애틀랜타올림픽 우승자 계순희(여자유도 52㎏급)와 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배길수(남자체조 안마)는 무난히 우승, 건재를 알렸다. 이밖에 사격에서 금3, 레슬링에서 금2개를 따내기도 했지만 단체구기종목에서는 단 한개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남자농구팀이 출전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미국프로농구(NBA)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세계최장신 농구선수 이명훈을 볼 수 있었던 기회. 한국최장신 서장훈과의 맞대결로 볼거리였으나 남자농구팀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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