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장관 문책경질은 정부정책에 대한 그의 비판적 발언이 직접적 동기였다고 전해진다. 자신이 몸담고 있던 대우전자가 삼성자동차와 빅딜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탓일 수도 있다. 옛날 직장에 대한 애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국무위원으로서 신중을 기하지 못한 느낌이 있다. 또 본인 주장대로 빅딜에 문제가 있다면 국무회의 등 논의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토록 했어야 옳다. 물론 한계는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공개석상에서 불만을 표출한 것은 성숙한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발언파문이 장관경질로 까지 이어지는 세태도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다. 그를 처음 임명했을 때 정부 여당의 논평은 한결같이 기업의 자유롭고 다양한 경영분위기가 관료사회에 이식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말 때문에 그는 문책됐다. 권위주의적 사고와 부처 이기주의가 판치는 관료사회에서 민간기업인 출신에 걸었던 정부체질 개선의 기대는 무산됐다. 정권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는 데 한계를 보인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가 무능했다느니 소극적 성격의 소유자였다느니 하는 비난은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단죄하는 표현치고는 옹졸하다는 인상을 준다.
배장관이 지적했던 ‘잘못된 빅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문제다. 경제개혁은 우리에게 지상의 과제다. 그러나 기업개혁이 꼭 빅딜의 형식이어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고위공직자들은 생각보다 많다. 제대로 된 빅딜은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정치논리로 주도된다면 문제가 없지 않다.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간의 빅딜 후유증이 이를 증명한다. 관변 연구소에서까지 반대하는 반도체빅딜을 포함해 산업현장의 주장이나 외국투자가의 분석과 상치되는 방향의 빅딜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기업인으로서 유능했던 배씨가 장관취임 10개월만에 자리를 물러나야 하는 것이 우리 공직사회의 현주소다. 이번 파문으로 국무위원들의 소신 표출이 억제될까 걱정이다. “기업인 시절에는 최고결정권자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신속하게 일을 추진할 수 있었지만 장관이 된 후에는 그렇지 못했다”는 퇴임장관의 고백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국방장관의 유임과 배장관의 경질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의 의미를 여러모로 생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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