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에이미」,아빠잃은 소녀의 꿋꿋한 재기

  • 입력 1998년 12월 23일 19시 36분


가슴에 자신만의 아픔을 지닌 사람들은 말을 속으로 삼킨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노래가 존재하고, 시가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99년1월2일 개봉될 호주 영화 ‘에이미’는 어린 가슴에 상처를 안고 오직 노래를 통해서만 세상과 대화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다.

네살때 아빠가 갑자기 사고로 죽은 뒤부터 말을 잃고 오직 노래로만 세상에 화답하는 소녀, 그 상처받은 아이 에이미 역으로 열연한 9살짜리 꼬마 배우 엘레나 드 로마가 최근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영화 찍는 동안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을 못하게 해서 제일 어려웠어요. 또 말을 안해도 되니까 되게 쉽기도 했고요.”

평범한 초등학생인 로마는 댄스스쿨에 갔다가 우연한 계기로 여주인공 공모에 참가, 5천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에이미 역에 뽑혔다. 호주의 ‘People Choice Award’에서 작품상을 받은 이 영화로 니콜 키드만과 함께 호주의 10대 여배우 중 한명으로 선정됐다.

“영화속에서처럼 실제로 우리 아빠가 록밴드 멤버고, 엄마 오빠 다 노래를 잘해요.”

장래에 댄서 가수 배우 중 하나가 되고 싶다는 로마는 물론 단란한 가정의 귀염둥이. 하지만 영화속 에이미는 아빠를 잃은 상처를 침묵이란 방법으로 움켜쥔 가여린 소녀다.

그 침묵을 서서히 열면서 노래로 세상에 화답하는 에이미의 고운 목소리는 천상에서 울려나오는 선율처럼 아름답다.

호주의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한 옐로우와 그린톤의 영상도 수채화같이 빛난다. 보고픈 아빠, 사랑, 소녀, 음악….

가족영화의 필수 요소들을 골고루 배치한 깔끔한 영화.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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