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1월2일 개봉될 호주 영화 ‘에이미’는 어린 가슴에 상처를 안고 오직 노래를 통해서만 세상과 대화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다.
네살때 아빠가 갑자기 사고로 죽은 뒤부터 말을 잃고 오직 노래로만 세상에 화답하는 소녀, 그 상처받은 아이 에이미 역으로 열연한 9살짜리 꼬마 배우 엘레나 드 로마가 최근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영화 찍는 동안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을 못하게 해서 제일 어려웠어요. 또 말을 안해도 되니까 되게 쉽기도 했고요.”
평범한 초등학생인 로마는 댄스스쿨에 갔다가 우연한 계기로 여주인공 공모에 참가, 5천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에이미 역에 뽑혔다. 호주의 ‘People Choice Award’에서 작품상을 받은 이 영화로 니콜 키드만과 함께 호주의 10대 여배우 중 한명으로 선정됐다.
“영화속에서처럼 실제로 우리 아빠가 록밴드 멤버고, 엄마 오빠 다 노래를 잘해요.”
장래에 댄서 가수 배우 중 하나가 되고 싶다는 로마는 물론 단란한 가정의 귀염둥이. 하지만 영화속 에이미는 아빠를 잃은 상처를 침묵이란 방법으로 움켜쥔 가여린 소녀다.
그 침묵을 서서히 열면서 노래로 세상에 화답하는 에이미의 고운 목소리는 천상에서 울려나오는 선율처럼 아름답다.
호주의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한 옐로우와 그린톤의 영상도 수채화같이 빛난다. 보고픈 아빠, 사랑, 소녀, 음악….
가족영화의 필수 요소들을 골고루 배치한 깔끔한 영화.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