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사랑하는 만큼 독일인은 속도를 즐긴다. 광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때도 있다. 심하게 표현하면 독일인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많은 사람들은 독일의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에는 속도제한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교통 법규상에 정해진 아우토반의 최고 권장속도는 시속 1백30㎞, 군데군데 속도 제한도 규정돼 있다.
사실상 완전 속도무제한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제한 규정을 지키는 독일인은 드물다. 독일에서도 오른쪽 차선은 저속차량, 왼쪽은 추월차량을 위해 사용된다. 혹시라도 앞에 가는 차량이 천천히 달리고 있어 오른쪽 차선으로 접어들어 추월이라도 할 양이면 느닷없이 뒤에서 다른 자동차가 바짝 따라 붙어 운전자를 긴장시킨다. 하지만 속도광들도 일단 고속도로를 지나 시내로 들어서게 되면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교통법규를 잘 준수한다.
독일정부는 아우토반 곳곳에 자동속도감시장치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속도에 취해 신나게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나면 어느날 사진과 함께 벌금을 납부하라는 통지문을 받게 된다. 하지만 속도광들은 짜증스러워 하기보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며 속도위반 스티커를 모으기도 한다.
윤주영(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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