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단체의 복수(複數)설립을 허용하고 의무적 회원가입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들이 대표적이다. 국회 재경위는 관련단체 출신 의원들의 반대로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관세사법 개정안의 심의 자체를 무기연기했다. 의료법 약사법 개정안도 의사와 약사 출신 의원이 많은 보건복지위에서 유보될 조짐이다. 변호사법 개정안은 법무부에서 제출되지도 않았다.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 이사장과 상임감사에 대한 정부의 임명승인권을 폐지하는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개정안은 재경위에서 임명승인권이 되살아났다.
그동안 사업자단체들의 독점적 지위는 내부 경쟁을 억압해 대국민 서비스 개선을 가로막는 큰 요인이 됐다. 이들 단체는 의무적 회원가입 제도를 이용해 1인당 수백만원에서 천만원대의 가입비를 받고 이권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들의 이익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집단이기주의적 성향을 보인 일도 적지 않다. 이런 폐단을 없애자는 것이 개정법안의 취지다. 그럼에도 관련 상임위는 복수설립을 허용하면 부실단체가 난립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법개정을 유보했거나 유보하려 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설혹 일부 부실단체가 나오더라도 경쟁을 통해서 걸러내는 편이 독점보다는 낫다.
해당 상임위는 개혁법안 유보결정을 철회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기 바란다. 부당하게 변질시킨 법안 내용은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옳다. 개혁법안이 변질된 채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에 이송되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낭비와 혼란은 피해야 한다. 국회는 더 이상 개혁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국회가 개혁을 외면하면 국민은 국회를 외면할 것이다.
국회법은 기업체나 단체의 임직원을 겸하는 의원이 유관 상임위에 배정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심의를 비롯한 의정활동에서 공정성을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의원들이 현직을 겸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유관 상임위에 배정됐고 그 폐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시민단체가 국회법 위반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각 정당은 의원들의 유관 상임위 배정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국회는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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