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와 부여군이 러시모어 기념물을 본떠 사적 명산지역인 부산(浮山)의 바위에 계백장군 세종대왕 신사임당 이순신장군 박정희전대통령의 얼굴을 새기는 계획을 추진중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관광자원 조성 차원에서 나온 발상으로 보이나 하나를 얻는 대신 많은 것을 잃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낙화암 고란사보다 부산에 새겨진 바위의 얼굴이 더 유명해진다면 과연 ‘고도 부여’라고 할 수 있을까.
▼러시모어에 새겨진 4명의 대통령은 미국의 역사가 일천한 탓에 명확한 초상화나 사진이 있지만 부산에 새겨질 인물의 경우는 박전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진영(眞影)도 없는 상태다. 게다가 박전대통령은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인물이다. 전해지는 기록을 토대로 화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인물상을 새겨놓고 한국판 러시모어 기념물이라고 선전한들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감탄할지 의문이다.
▼독일의 고도 하이델베르크는 짧은 터널을 경계로 신구(新舊)도시로 나눠 고색 창연한 성채와 대학이 있는 구도시는 원래의 고도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세계적 고도는 예외없이 비슷한 노력을 쏟고 있음을 부여군은 타산지석으로 삼기 바란다. 고도보존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고도의 변형을 막고 거주자의 쾌적한 삶을 지원하는 대책이 아쉽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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