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매부리코에 꺼벙한 눈, 덥수룩한 산적 수염, 다짜고짜 “그거 이리 내놔”라고 소리치는,웬지 모자란듯 보이는 도둑이다.
하지만 그를 우습게 보지 말라. 36년전 세상에 나와 수백만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왕도둑’이니까.
62년 독일에서 첫 출간된 이래 세계 25개국에서 4백80만부가 팔린 ‘왕도둑 호첸플로츠’ 시리즈(전3권)가 번역 출간됐다.
보헤미아 출신 동화작가인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가 39세에 쓴 ‘왕도둑…’은 꽉 짜인 스토리와 매력적인 등장인물, 폭죽 터지는 축제같은 해피엔딩이 돋보이는 대표작이다.
작가는 호첸플로츠를 꺼벙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풍기면서도 행동으로는 항상 남을 괴롭히는 흉악하고 교활한 도둑으로 그려낸다.
그래서인지 이 왕도둑이 빼앗아간 할머니의 커피콩 가는 기계를 찾아 나선 소년 카스페를의 용기와 재치 넘치는 활약이 더욱 신난다.
속편 형식으로 나온 ‘호첸플로츠 다시 나타나다’와 ‘호첸플로츠 또다시 나타나다’도 초등학교 3,4학년 이상 어린이들의 수준에 맞춰, 왕도둑과 영리한 소년간의 재치 가득한 대결을 즐겁게 그려낸다. 비룡소. 각권 6,500원.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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